시정일보 사설/ 현대차 사드보복으로 중국공장 4곳 중단
시정일보 사설/ 현대차 사드보복으로 중국공장 4곳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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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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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현대차에 따르면 사드(THAAD 고고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의 여파로 현대차의 중국합작법인 베이징 현대는 지난주부터 5개 공장 중 순차적으로 1-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독립법인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바른 시일 안에 공장을 재가동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지는 못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상반기(1~6월)까지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나면서 부품업체들에 대한 대금지급을 평균 3,4주가량 미루고 있다. 이 회사는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에 이르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에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중 몇 개만 납품이 되지 않아도 공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생산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휴가를 받거나 교육을 받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부품 관계자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145개 한국 부품업체 중 일부는 6개월 전 부품대금을 이제야 받을 정도다. 

이번 중단은 표면적으로 대금 문제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롯데가 사드 배치용 부지를 제공한 3월부터 실적이 줄어들기 시작해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반한(反韓) 정서로 현대차를 사려는 수요가 급감했다. 

자동차뿐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매장 99개 가운데 87개가 소방법 위반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했고, 나머지 매장도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화장품, 콘텐즈, 관광산업도 중국정부가 내린 한류금지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산을 찍어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산의 시장 접근 방해를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규정과 글로벌 통상규범을 명백히 위배한 것이다. 상호 보완적 상생모델을 구축한 한.중 경제협력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복의 칼날을 관영 매체를 동원하는 것은 치졸한 형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면초가 상태다. 31일 기아차통상임금 선고에서 패소하면 최대 3조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여기에 현대, 기아차 노조는 각각 파업까지 결의한 뒤 부분파업을 실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안팎으로 시련에 빠졌다.

중국이 대국답지 않게 사드문제를 경제로 보복하는 것은 상식 밖 행태다. 현대차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은 한국에서도 반중(反中)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정서를 키우게 된다. 중국의 반한은 중국정부의 주도적 형태다. 한국에서 국민의 반중이 일게 되면 국민 스스로의 정서가 반영된다. 무서운 것은 자발적인 반중정서다. 중국정부가 주도적으로 사드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양국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국의 보복에 따른 경제 규모는 크게는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모든 치졸한 보복의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