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건강한 삶,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의 숙제로!
단체장칼럼/ 건강한 삶,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의 숙제로!
  • 김수영 양천구청장
  • 승인 2017.09.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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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
   
 

[시정일보]“오래 살까봐 무서워” 

3년 전, 구청장으로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월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했을 때 들은 말이다. 

당시 72세였던 어르신은 몇 년 전부터 앓아온 무릎 관절염과 고혈압에 치매 진단까지 받은 상태로 2명의 자녀가 출가한 후 홀로 집 안에서만 생활을 하고 계셨다. 바깥 외출이라곤 이따금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일이 전부였다. 

100세 시대란 말이 낯설지 않은데 70대 할머니의 ‘오래 살까봐 무서운’ 걱정은 양천구민 50만명의 행복한 삶을 책임져야(!) 하는 구청장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3.2%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이고 2026년이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보다도 무려 10년이나 짧은 시간이고 평균수명 또한 82.06세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오래 살게 된’ 우리는 행복한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노인성 질환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장수(長壽)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저 ‘오래 사는 것’ 자체만으로는 행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서 고령화 시대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건강한 노인이 많아질수록 정부는 의료비 재정 부담은 줄고 생산력 증대가 가능하다. 개인 입장에서도 노년까지 활발한 사회·경제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다. 

또한 건강한 인적자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필수적 요소이다. 개인 차원을 넘어 정부가 제도적 건강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지속가능한 건강생태계 조성은 사전 예방적이고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익숙한 관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생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닌, 전 생애를 통해 주기별 맞춤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양천구는 ‘건강에 행복을 더한다’라는 기치 아래 건강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통한 생활밀착형 건강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지역 맞춤형 공공보건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건소를 중심으로 권역별 보건지소를 개설하여 주민의 삶을 건강과 한층 더 가깝게 연결할 수 있는 ‘건강벨트’의 틀을 완성했다. 

어르신들이 주 이용대상이었던 기존의 보건소에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아이원건강센터를 설립하여 아동의 성장단계별 건강체크와 상담을 지원하게 되자 여성과 어린이들도 북적이는 공간이 되었다. 2015년 문을 연 목동보건지소에는 기본적인 건강관리 외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힐링 스토리 운동 프로그램과 남성 시니어 영양교실이 특히 주민 호응도가 높다. 

이달 초 개소한 신월보건지소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치매관리와 물리·재활치료를 중심으로 한 치매지원센터가 운영된다. 항공기 소음 피해지역임을 고려해 주민들의 청력보호와 관리를 위한 보건서비스도 제공된다.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점공간인 도서관과 동주민센터에서도 생활밀착형 건강 챙기기는 이어진다. 올해 초 개관한 개울건강도서관에서는 책읽기뿐 아니라 과학적인 신체리듬 조절과 예방적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운동관리사의 체계적 관리에 벌써부터 주민들의 발길이 줄 잇는다. 
동주민센터에 설치된 평생건강관리센터도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손쉽게 건강체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주민 스스로 건강생활에 관심을 갖고 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역별 건강포럼, 심포지엄 및 주민토론회를 개최하여 지역사회 참여를 통한 건강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선택의 여지없이 다가온 고령화 시대에 ‘건강한 장수’는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건강생태계 조성은 개인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참여, 정부의 의지가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한 일임을 잊지 말자. ‘오래 살까봐 무서운’ 세상이 아닌 ‘오래 살아서 즐거운’ 시대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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