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일상,점으로부터
시정일보/ 일상,점으로부터
  • 李周映
  • 승인 2017.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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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개인전 <숲>
   
전시장에서 김남영 작가

[시정일보] 점점이 모여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어 나무들이 이룬 숲을 흔든다.

일상의 풍경이 빛의 파장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만 남길 때 모든 존재의 의미는 사라지고 물질만이 남게 된다.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게 빛나던 태양이었건 바람을 버텨내던 대나무이던 말이다.

풍경화인 듯 보이는 김남영 작가의 작품들 속 오브제들은 점점이 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의 상태가 된다. 고갱이 ‘화가들이 자연으로부터 추상적인 것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고, 로코스는 그 반대로 ‘추상이 아니고 현실이자 사실적인 것’이라고 했는데 작가는 이 두 사람을 모두 긍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남영 작가는 자신의 50여점의 풍경화가 추상화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했다. 명확한 현실의 풍경에서 추상의 모습을 찾고 있는 듯.

오래된 신인이라 칭하는 김남영 작가의 첫 개인전 <숲 Forest>의 작품들은 화려하고 한 번에 눈길을 끄는 요즘의 유행에서 벗어난 그림이다. 그럼에도 그림들은 익숙하다. 그의 표현기법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고흐도 있고 모네도 있다.

지속적인 것들에서 드러나는 순간성을 보여주는 인상파의 모습이 닮았다. 작가는 18세기의 표현법으로 현재의 모든 것이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는 무의미를 담았다. 고전과 현대가 한곳에서 공존하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몽상적인 기분도 느끼게 한다.

김남영 작가는 “오랫동안 많은 그림을 그려왔는데 60을 앞둔 지금 뒤를 돌아보면 그림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10회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번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디지털화되고 모든 것이 복제화되는 요즘 풍토에서 어쩌면 기계와 외로운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자신과 대면하며 스스로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볼 작가의 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