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장애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교육 받도록 배려해야
시정일보 사설/ 장애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교육 받도록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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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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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장애학생 부모가 특수학교 설립을 부탁하며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모습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 현상과 장애인 혐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작금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진입하는 국가로서 촛불 시민혁명의 완성이니 떠들어 대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학교 설립 하나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장애학생들의 배움터인 특수학교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분명 지역이기주의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공진초등학교 폐교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2019년 3월에 신설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7월초 1차 토론회가 무산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고 지역구 의원이 총선 때 약속한 대로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반대가 심하자 장애학생 부모 20여명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학교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장애학생들을 이웃으로 둘 수 없다는 서글픈 행태는 비단 이 지역만이 아니다.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될 때마다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는 거셌다. 

그 결과 2002년 종로구 소재 경운학교 이후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무려 15년 만에 올해 초 문을 연 강북구 소재 효정학교 한 곳 뿐이다. 
물론 내 동네에 기피시설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 동네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야말로 공동체를 좀먹는 지역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처사가 아닌가 싶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8개 자치구는 아예 특수학교가 없다. 그래서 이 지역 장애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에 가거나 일반인보다 이동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려 2〜3시간씩이나 떨어진 인근 자치구 특수학교를 찾아가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작금의 님비현상은 비단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가 이처럼 삭막하게 됐는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학생들이 더 이상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정부는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