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정치의 성패는 위정자의 덕망이 좌우해
시정일보 시청앞/ 정치의 성패는 위정자의 덕망이 좌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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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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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詩云(시운), 節彼南山(절피남산)이여 維石巖巖(유석암암)이라, 赫赫師尹(혁혁사윤)이여 民具爾瞻(민구이첨)이라 하니 有國者(유국자)는 不可以不愼(불가이불신)이니   則爲天下   矣(벽즉위천하륙의)니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써 ‘詩經(시경)의 시에서 읊기를 깍아 지른 듯 우뚝 솟은 저 남산이여 바위가 울퉁불퉁하네. 찬란히 빛나는 자리를 차지한 태사 윤씨여 백성은 모두 그대를 쳐다보네라고 하였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신중히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한 곳으로 치우치면 온 천하 사람들로부터 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詩經(시경) 小雅(소아) 節南山(절남산) 편의 시다. 주나라 유왕 때 정권을 장악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태사 윤씨를 질책한 시로 태사는 당시 가장 높은 관직이었다.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남산은 태사의 직위가 그만큼 높음을 형용한 것이요, 바위가 울퉁불퉁하다는 것은 남산의 험함을 형용한 것으로 바로 태사의 정치가 순탄하지 못함을 형용한 것이다. 우뚝 솟은 남산을 백성이 항상 쳐다보듯 높고 높은 태사의 자리 또한 백성이 항상 쳐다보기 때문에 정치를 잘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했다. 백성의 눈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사와 같은 높은 자리에 있는 자가 취해야 할 도는 다름 아닌 혈구지도로 혈구지도에 의하지 않고 자신의 사욕에 의해 편파적인 정치를 하게 되면 이를 항상 주시하는 백성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작금에 들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정치 지도자는 선거에서 실패하더라도 국익을 추구하는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라면 반대집단의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정부가 주도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이룬 밑바탕에는 슈뢰더 전 총리 시절의 과감한 노동개혁과 복지개혁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그는 좌우 이념을 떠나 정권에 급급하지 않고 국익만을 따지는 통 큰 정치를 실현했다. 그 결과 2005년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일관된 개혁정책은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훗날 독일과 프랑스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에도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며 지지율 하락에 연연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정치권은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진정한 개혁과제를 외면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만 해도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 좌고우면하고 있으며 노동 개혁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호남 홀대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은 국가를 위해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정책도 유불리를 떠나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며 추진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때로는 다수의 반대를 이겨내고 개혁정책을 관철해야 한다”는 슈뢰더 전 총리의 고언을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