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판이 정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기자수첩/ 재판이 정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 정칠석
  • 승인 2017.09.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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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chsch7@hanmail.net
   
 

[시정일보]최근 인천지법 오모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는 식의 글을 올려 일파만파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모 판사는 지난달 30일 게시한 ‘재판과 정치, 법관 독립’이란 제목의 글에서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 판사의 글이 작금의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법원 판례 등이 아니라 판사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가 아닌가 싶다.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재판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판사의 자유를 부르짖는 그의 사고방식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판결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철저하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의 잣대에 의해 이뤄져야만 한다. 법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이 제각각으로 결정된다면 그 누가 사법부를 신뢰하고 판결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오 판사의 말대로 개인의 이념적 소신이 재판에 반영된다면 같은 재판에서도 다른 선고가 잇따를 수 있으며 이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고 사회적 혼란을 자초할 뿐이다. 판사가 국민 한 사람으로 소신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판결은 법관 개인의 소신이 아니라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판결을 해야 하며 사법부 전체에도 판결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사법부가 정치화된다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개입이나 불복 운동이 전개될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사법부의 독립은 뿌리째 흔들리며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체계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재판이 정치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으며 이 조항은 그 어떤 정치적 압력이나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오직 법률만을 사법 심판의 잣대로 삼아 그 어떤 사람이든 승복할 수 있는 천칭저울처럼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결을 내리라는 것이지 판사 개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재판에 반영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판사의 개인적인 성향에 대한 독립이 아니라 정치로부터의 사법 독립을 주문한 것이며 사법의 정치화를 지양하라는 주문이다. 그것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닌가 싶다. 차제에 대법원은 사법부 신뢰를 해치는 판사들의 돌출 행동이나 주장을 적극 단속해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