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단체장칼럼/ 지방자치는 ‘마을공동체’다
시정일보 단체장칼럼/ 지방자치는 ‘마을공동체’다
  • 김성환 노원구청장
  • 승인 2017.10.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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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

[시정일보]사람들은 개헌을 한다고 하면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본질적으로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생활 속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행복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IMF 이후 사회 전반에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 등 신자유주의 풍조로 인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세상이 되었다. 

한 예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기차 안에서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에게 쫓겨 다른 일행들과 함께 겨우 안전한 칸으로 옮겨 온 아빠는 마침 생긴 빈자리에 딸을 앉힌다. 

하지만 아이는 옆에 서 있던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아빠는 그런 딸에게 “편하게 앉아서 가지 왜 남에게 양보하느냐”며 “어려울 때는 자기 자신이 먼저”라며 나무란다. 

아빠가 야속한 듯 “우리 할머니도 무릎이 안 좋잖아요”라며 고개를 숙이는 아이와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는 아빠의 모습에서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했다.   

실제 한국인의 삶이 팍팍하고 외롭다는 통계가 있다. 2016년 국회입법처가 발행한 ‘OECD 사회통합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 받을 가족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사회적 관계 관련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의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사회적 관계는 인간관계 등 다른 사람과의 지속적인 상호지지 정도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스위스 등 복지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이해한다 해도 터키나 멕시코처럼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나라보다 낮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연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세대 간 갈등이다. 미래 세대 주역인 청년층은 고용 불안과 부모 세대 부양 부담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해 저출산이 심각하다. 노령층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일자리가 여의치 않아 불만이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갈등을 해소해 나갈 방법은 없는지 늘 고민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시적이지만 지난해부터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한 ‘청년 취업 준비금’ 지원이다. 노원교육복지재단 1만3000여 개인 후원금과 민간기업 기부금을 합쳐 올해도 청년 50명에게 200만원씩을, 대학생 10명에게는 각각 240만원의 등록금을 지원했다.   

어떤 사람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지만 독일은 대학생들에게 매월 생활비도 준다는데 우리나라는 복지수당이나 직업 재활비용 지출이 유럽 복지국가의 10%도 안 된다. 취업준비금은 넓은 의미의 직업 재훈련 비용인 셈이다. 정부는 매번 저출산 대책들을 내놓고 막대한 예산까지 투입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청년의 삶이 건강하면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노령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어르신 택배 사업’이다. 아파트 거주 어르신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택배회사와 협약을 맺고 각 가정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택배회사는 빠른 배송과 시간 절약을, 어르신들은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한 달에 50~100만원의 소득이 생겨 서로에게 득이다. 땀 흘려 활동하는데 따른 신체단련과 치매예방은 덤이다. 올해는 노원구 전 지역으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옛말에 “세 사람이 걸어도 그중에 스승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 되었든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마을살이 속에서 서로를 돌아보며 스승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함께 이웃을 생각하는 행복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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