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시민이 ‘십시일반’ 우리 문화유산 지킨다
시정일보 사설/ 시민이 ‘십시일반’ 우리 문화유산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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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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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스스로 하는 일은 더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다. 관재에 의해 행해진 일들은 늘 불손한 경우가 있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특정 집단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2007년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국민 신탁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증여로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지원을 확보하는 시민운동이다. 무리한 개발로부터 보호하며 영구 보전 관리를 꾀한다. 이 같은 시작은 1895년 설립된 영국의 자원 봉사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에 의한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되면서 파괴와 훼손이 심화됐고 이에 보호대상을 소유함으로써 맞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우리문화유산 살리기 신탁운동의 씨앗이 뿌려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이미 ‘위탁재산’, ‘보전재산’, ‘지정기탁신탁재산’의 세 가지 형태로 운영하기에 이른다.

위탁자산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의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을 2008년에 취득하고 있다. 울릉도 도동리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 235호)을 2008년 취득,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부산 정란각이 있다. 보전재산도 서울 종로의 이상 집터(2009년 취득), 경상북도 경주시 이왕동의 윤경렬 옛집(2010년 취득),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2011취득)이 있다. 지정기탁재산도 2건이 있다. 윤경렬 옛집 주변농지, 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주변농지가 있다. 

국민 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정부가 문화재 보존의 관리에 한계가 있다. 시민이 스스로 나서서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은 시민들이 스스로 모금을 통해 우리문화유산을 지키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문화유산신탁 행사가 지난 23일 덕수궁 중화문 앞마당에서 열렸다. 문화예술계 1000여명이 참석하여 성대하게 치뤄졌으며 ‘신나는 세계음악여행’이라는 주제로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홍구 전 총리, 김종진 문화재 청장, 이기웅 열화당대표, 신현웅 웅진 대표 등 많은 인사가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급격한 도시화 재개발 때문에 철거 위기에 처한 유산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건물들을 민간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매입관리 보존하는 문화유산 국민신탁운동은 점점 확산이 되고 있다는 점에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친일 경력의 경우다. 노천명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예술적 깊이가 인정되나 친일의 행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고 있다. 차제에 이러한 문제들도 수면위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친일의 행적과 문화유산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이다. 

박노수 박물관이 본보기다. 그가 친일을 했고 적산가옥의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상처에 문화유산의 척도도 친일과 반 친일로 나누어지는 현실이다. 

이제는 폭넓은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간이 왔다. 친일은 사람의 행위다. 문화적 가치는 건물이다. 친일의 죄는 미워하되 문화유산은 한번 없어지면 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