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특수활동비, 더 이상 눈먼 돈 되지 않게 해야
시정일보 사설/ 특수활동비, 더 이상 눈먼 돈 되지 않게 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7.11.0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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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만약 국정원의 청와대 현금 상납이 사실이라면 이는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이 돈이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청와대에 수십억원을 상납했다는 자체가 불법이며 적폐이다. 이 예산 자체를 청와대에서 상납 받아 사용해도 되는 눈먼 돈이 아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국가안보와 밀접한 기밀을 취급하는 첩보나 수사, 보안, 정보활동 등 기밀이 필수인 분야에 배정되는 예산으로 영수증 등의 증빙이나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감사원이 지난 8월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고도의 비밀 유지 필요성을 감안할 때 다른 기관과는 예산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금과 같이 뇌물의 개연성이 짙은 성격으로 본래의 목적과 달리 쌈짓돈처럼 주고받는 것을 비밀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혈세를 납부한 국민을 배신하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악용, 특수활동비를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힘 있는 기관들이 국정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한 두 곳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특히 이번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게 건네진 것뿐만 아니라 극우단체 활동 지원과 여론 조사비,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비,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을 설립해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데도 쓰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아연하게 하고 있다. 

또한 다른 힘 있는 기관들도 특수활동비를 부하 격려금 등으로 사용했는가 하면 심지어 국회 상임위원장은 개인이 집에 가져가 자식의 유학비나 생활비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혈세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운 조선시대 탐관오리와 다를 바 없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정부부서 중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업무 중에는 특성상 특수활동비가 있어야 하는 부서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혈세를 마구 자신의 주머니 쌈짓돈처럼 사용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업무 특성상 각별한 보안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차제에 국회를 비롯 국정원과 정부 전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전면 재조사해 필요불가결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감하거나 업무추진비로 돌려 예산의 투명성을 높여 특수활동비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더 이상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