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위정자는 말을 삼가서 해야
시정일보 시청앞/ 위정자는 말을 삼가서 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7.11.09 12:29
  • 댓글 0

[시정일보]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백성의 웃사람 된 자의 한마디 말이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가 아랫사람들이 듣고 살피게 마련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읍으로, 또 읍에서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가 길마다 깔리게 마련이다.

군자는 집에 머물러 있어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벼슬살이에 있어서는 더하다는 의미다. 周易(주역)에 이르기를 ‘군자가 집안에서 하는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따르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 또 그 하는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어길 것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라고 했다.

또한 詩經(시경)에 이르기를 ‘뜻밖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경계해 말을 삼가서 하라’했으니 백성의 웃사람 된 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包拯(포증)이 京尹(경윤)이 되었는데 말과 웃음이 적으니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천년에나 한 번씩 맑아진다고 하는 황하에 비유했다.

呂本中(여본중)이 童蒙訓(동몽훈)에 이르기를 ‘벼슬에 임하는 자는 무엇보다 격렬하게 성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형벌을 주는 권한이 수령에게 있으므로 명령만 하면 누구나 순종할 것인즉 격하게 분노한 마음으로 형벌을 내리면 온당치 못한 처사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대체로 심한 분노는 병이 되므로 평소에 怒則因(노즉인) 세글자를 좌우명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이것은 성이 나거든 그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말고 억제해 마음에 가두어 두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흐른 후에 분노가 가라앉으면 마음을 가다듬어 처리하면 큰 과오는 저지르지 않게 된다는 교훈이다. 

작금에 들어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보다 더 지각하셨네요”라고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말을 건네자,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고 한다. 듣기에 민망했던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앞서 5대 그룹 최고경영자와 간담회를 갖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고 압박했다. 그리고는 늦게 와 대기업 경영진을 질책한 뒤 무용담 하듯 자랑한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기업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확립하는 부처이다.

기업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 비춰보면 기업인들의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최고결정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시장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정위 업무는 기업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지 혼내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 장관급 고위관료가 경망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