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악성댓글 인터넷 공간 황폐화시키는 독버섯 되지 않도록 해야
시정일보 사설/ 악성댓글 인터넷 공간 황폐화시키는 독버섯 되지 않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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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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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가수 고 김광석의 미망인 서해순 씨를 상대로 제기된 딸을 숨지게 내버려뒀다는 의혹과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모 인터넷 언론인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김광석>이 개봉하면서 불거졌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서씨가 남편 김씨를 살해가능성을 제기했고 영화 개봉 후 딸 서연 양이 2007년 사망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서씨가 폐렴에 걸린 딸을 방치해 죽게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급기야 서씨는 순식간에 남편과 딸을 살해한 희대의 악녀로 인격살인을 당하는 참혹한 지경에 빠졌다. 고 김광석씨와 서연 양 사망의 경우 각각 자살과 폐질환에 의한 사망임을 확증하는 부검 결과가 처음부터 존재했다. 그에 대한 어떤 의학적 반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마녀사냥식 공격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선 대중의 호기심과 흥분을 자극하는 주제가 있으면 이에 대해 심증뿐인 일방적 주장을 누군가가 퍼뜨리면 그것이 진실인 양 호도돼 눈덩이처럼 확대·재생산되고 결국은 주객이 전도되는 양상으로까지 변모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본 사건의 검증에 의한 진실 확인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공격 대상은 불특정다수에 의해 인격적으로 살해되는 여론재판을 받게 된다. 결국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인격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 

근거 없는 괴담이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고 그 장단에 온라인상에선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인 양 댓글로 시끄러운 소동을 만들어낸다. 

이번 사건은 진실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우리 사회의 위험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 대사건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공간이 주도하는 사회여론의 건강성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기업 또한 플랫폼에 올라온 가짜뉴스나 혐오 발언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불법 정보는 즉각 삭제해야 한다. 포털의 책임성 강화는 세계 흐름을 보더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성매매 게시물을 유통한 사이트를 사법당국이 기소할 수 있는 법률이 최근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독일도 지난달부터 SNS 플랫폼 기업이 네트워크상 가짜 뉴스를 감시해 삭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통신망법을 조속히 개정해 가짜 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직접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묻는 법을 시행,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더 이상 황폐화시키는 독버섯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