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주민과 함께하면 ‘님비’도 이길 수 있다
단체장칼럼/ 주민과 함께하면 ‘님비’도 이길 수 있다
  •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 승인 2017.1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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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시정일보]‘님비'(Nimby : Not in my backyard)현상이란 혐오(기피) 시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을 의미한다. 누구나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집 뒷마당은 안 된다는 외침은 우리사회의 이기심과 욕심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이다. 특히 최근 장애인들과 어르신을 위한 복지시설의 건립을 주거환경이 나빠지거나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모습들은 지역 이기주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님비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주민과의 소통과 합의를 통하여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쓰레기 처리장 등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주민갈등은 필히 대화와 합의를 통한 해결이 그 정답이다. 이에 지역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창출시킨 대표적인 님비현상 극복사례를 소개하겠다.

먼저 영등포구의 대표 청소시설인 자원순환센터이다.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는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성산대교 아래 공터에 위치해 있지만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한 주변 오염우려, 악취, 소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주민들의 환경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여러 방안을 가지고 검토한 끝에 친환경적 설비와 자원회수, 환경미화원 복지, 주민 공유시설 등 복합기능의 청소시설을 건립키로 결정하고 2010년도부터 단계적인 사업을 추진하여 각종 생활폐기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고, 또한 주민이 직접 찾아오는 도심속 힐링공간 ‘자원순환센터’를 탄생시켰다. 

성산대교 아래 2만8460㎡(약 8624평)부지에 들어선 자원순환센터는 일일 293톤의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하여 중간 처리한다. 이런 청소시설인 자원순환센터가 주민이 찾는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여가와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에 있다. 책 2000권 규모의 북 카페와 생태연못과 정자, 사육장을 구비한 텃밭,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10면 규모의 탁구장, 풋살구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생활체육시설과 대강당 등은 유아에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어 조성 후 연 2만여명이 찾는 가족, 이웃, 단체 간 도심 속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산이 없어 녹지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하여 자원순환센터 진입로 일대 2000㎡(약600평)에 소나무 130주를 식재하고 산책로를 조성하여, 주민이 찾지 않았던 청소시설이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365일 계절과 상관없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힐링 숲’으로 거듭났다.

다음으로 악취와 해충서식처였던 유수지를 친환경생태공원으로 변신된 양평유수지가 있다. 유수지는 본래 홍수에 대비하여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인데 특히 여름철이면 악취와 해충발생 등으로 인근 주택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구는 이러한 주민들의 오랜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저수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악취발생을 저감하고 자연생태계를 복원하여 주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하였다.

3만4000㎡ 규모의 양평유수지에 연꽃과 물억새, 부들, 수련 등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양버들을 비롯한 교목, 관목, 초화류, 덩굴식물, 황토작물 등 약 24만여본을 식재하고 생태연못(600㎡)과 농촌 체험용 논(400㎡)도 조성하였다. 아울러 사각정자와 산책용 보행데크, 등의자, 수목터널 등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그 결과, 철새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 수생식물이 어우러져 서식하는 양평유수지생태공원은 여타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환경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15년 조성한 농촌체험학습장은 향토작물과 도심 내 농촌풍경을 재연하여 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다.

기피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모두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면 소통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보이지 않게 숨기기보다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에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시켜 님비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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