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할머니들 ‘랄랄라∼’
꾀꼬리 할머니들 ‘랄랄라∼’
  • 시정일보
  • 승인 2005.10.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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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립 실버합창단 28일 전국대회 맹연습
-93년 전국 첫 창단…레퍼토리 20곡 ‘준프로’


매주 월·수·금 오전 10시부터 12시, 송파구청 10층은 42명의 할머니 꾀꼬리들의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곱게 화장한 얼굴, 금방 미장원을 다녀온 듯 잘 정돈된 머리,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커다란 금속 귀걸이, 게다가 쌀쌀한 날씨 때문에 두른 스카프마저 놀라운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듯 하다. 그러나 단연 돋보이는 건 생글생글 웃음 가득, 보는 이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입 모아 노래하는 고운 얼굴’이다.
비슷비슷한 연배,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멋쟁이 실버들의 정체는 바로 송파구립 실버합창단(단장 홍정인). 노래 소리로는 절대 ‘실버’라고 생각되지 않는 고운 목소리들. 여학교 음악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녀들의 합창과 다름없다. 노래를 통해 소녀가 된 할머니들은 연습이 있는 날이면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달려와 ‘노래의 즐거움’에 빠진다.
송파구립실버합창단은 93년 10월 창단된 전국 최초의 실버합창단. 그 명성만큼이나 실력 또한 쟁쟁하다. 해마다 신입대원을 모집하는 오디션에 전공자들의 지원이 눈에 띄게 늘어날 정도. 은퇴 후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과는 달리 실버합창단에서 또래들과 함께 노래하는 민경자(68·서울음대 성악과) 할머니, 정경애(61·숙명여대 피아노) 할머니 등 음악을 전공한 대원들은 “대학시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특히 실버합창단원들은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건강이 여의치 않아 함께 할 수 없는 동료들이 생기면 마음이 가장 불편한 건 당연한 일.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위로하고, 보양식을 잊지 않고 챙기는 것도 같은 처지, 결코 남의 일일 수만은 없는 노년의 안타까운 심정 때문일까. 마냥 행복할 수 없는 ‘실버’만의 아픔을 대변한다.
더구나 구립합창단과는 달리 실력을 겨룰 실버들만의 합창대회는 전무하다는 사실 역시 또 다른 한계. 이번 28일 충북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0회 전국 의림합창경연대회에서도 일반 성인합창단들과 나란히 경쟁하게 된다.
지난 25일 오후 7시 송파구민회관 3층 예술극장에서 열린 2005 정기연주회에서는 ‘바람이었으면’ ‘애니로리’ ‘경복궁타령’ 등 클래식 가곡 가요 등 11곡의 주옥같은 선율을 선사했다.
실버들의 노래는 이상한 힘이 있다. 듣는 이를 웃음 짓게 하는 소녀들의 발랄한 멜로디와는 달리 푸근하고 행복한 미소를 선사한다. 그 때문일까. 42명의 꾀꼬리 할머니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럴 수 없었지만 나만큼은 꼭 ‘실버합창단’에서 늙음을 찬양하리라 결심하게 만든다.
宋利憲 기자 / wine@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