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어떻게 맘대로 바꾸나
세금을 어떻게 맘대로 바꾸나
  • 시정일보
  • 승인 2005.11.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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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 정 주 <전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엉뚱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만약 서초구 담배가게에서 한 갑에 2000원하는 담배가 종로구 담배 가게에서 3000원 한다면 당신은 어디서 담배를 사겠는가? 혹은 강북구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이 강동구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보다 싸다면 당신은 어디서 기름을 넣겠는가?
손바닥만한 서울 땅에서 이처럼 구(區)마다 담배와 기름값이 다르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서울 출신 일부 국회의원들이 강남과 강북의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에서 걷는 세(市稅)인 담배소비세와 주행세를 구에서 걷는 세(區稅)인 재산세와 맞바꾸자는 이른바 ‘세목교환(稅目交換)’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안을 낼 사람들 생각은 이렇다. 강남·북 불균형이 심해지니 구마다 걷는 세금액수도 큰 격차가 나고 여기에 부동산 보유세 강화까지 시행되면 비싼 부동산이 많은 강남 쪽에 있는 구들은 수입이 더 늘어나 강 남북 재정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니 구에서 걷는 재산세를 시에서 일괄해 걷으면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이 안은 현실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우선 이 문제로 모임을 가진 서울시 구청장들부터 반대했다. 자치구의 자주 재정 기반을 약화시켜 지방자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안이라는 것이다. 구청장들 사이에는 강남·북이 따로 없었는데 이는 바로 세목교환이 강남·북 모두에게 피해를 주리라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즉, 앞으로 부동산세법 강화로 재산세는 강남·북 모두 급격하게 늘어나 구 재정에 기여하겠지만, 금연운동 확산과 자동차 보급 포화로 현재 시가 걷고 있는 담배 소비세와 자동차세, 주행세는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될 것이니 세목교환은 한마디로 ‘밑지는 교환’인 셈이다.
더구나, 이 법은 지방세의 기본원리조차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다.
지방세란 기본적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성격이 강한 세금이다. 대표적인 지방세 중 하나인 재산세는 현지의 행정서비스를 받는 현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에 가장 충실한 기초자치단체 세목이다.
한 자치구의 재산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현지 주민들의 재산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이므로 그 세수 증가에 따른 생활환경개선 같은 행정서비스 혜택은 당연히 현지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재산세를 중심으로 한 지방세제는 자치구간의 행정서비스 경쟁을 통해 행정 서비스의 수준을 제고하는 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치재정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담배세나 주행세는 부동산과 달리 지역을 초월해 전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이를 토대로 각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을 꾸려 나가도록 한다는 것은 각 각의 세금이 갖는 취지나 기본틀을 깨는 발상이다.
또 자치구세도 필요에 따라 세율을 올리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든 예처럼 담배세가 구세로 바뀌면 구마다 세율이 다를테고 그러면 담뱃값이 구마다 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10원이라도 더 싼곳에서 담배를 살 것이고 구들끼리 세율인하경쟁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수는 더 줄어든다. 이는 주행세의 경우에도 똑같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북 세수 격차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는 서울시 구청장들이 내놓은 안이 일단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자 자치구가 징수하고 있는 재산세의 일정부분을 출연하여 이를 기금 같은 공동 재원으로 해 자치구간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금이 많은 부자구에서 일정부분을 떼내어 그렇지 못한 구를 돕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법 시행 이후 문제가 생기면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야말로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이와 같은 자치구간 재정문제는 국회에서 다룰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발전에 역행하는 법률 개정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서울시와 구청장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이 문제에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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