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두 번 죽이기
국민 두 번 죽이기
  • 시정일보
  • 승인 2004.02.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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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容植 기자
얼마 전 공직-그 친구는 일선 행정기관의 말단이었다-에 있는 친구와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편의상 A로 표현한다)는 공무원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늘어 놨다. 오랜만에 만난 A의 말에 장단을 맞추며 우린 부족한 안주를 대신했다.
A는 “요즘 어떻냐”는 인사로 운을 뗐다. “별 일 있냐. 죽지 못해 사는거지”라는 대답을 들은 A는 주식을 시작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A는 주식투자로 상당한 돈을 잃었다. 그는 쓰레기에 불과한 L카드 주식이 1600원대(2월17일 종가는 1980원)여야 하는 이유라 뭐냐며 ‘주식은 결국 투기’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말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아파트 분양원가로 주제를 옮겼다. A는 “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가 분양가격의 40%를 이익으로 남기고, 그 이익을 서민주택 보급에 썼다고 했는데 누가 믿겠냐”고 했다. A는 한마디로 근거가 부족하고, 분양이익 중 상당수가 정치자금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분양이익을 서민주택 안정에 사용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은 분양가 원가공개를 지금처럼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화제는 모기지론(Mortgage Loan)-A는 ‘모가지론’으로 불렀다-으로 돌아갔다. 서민이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포장만 그럴 듯한 모기지론에 대해 A는 월 100만짜리 월세라며 “결국 집값만 올리는 정책이다”고 비난했다. 사실 1억원을 연리 6%로 20년 장기할부로 빌렸을 경우 원금과 이자로 월 91만6000원(원금 41만6000원, 이자 50만원)을 낸다. 그러나 20년 후 주택가격은 지금보다 현저한 수준으로 하락하며, 결국 다수의 국민은 은행에 빚진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얘기는 총선으로 이어졌다. A는 “차라리 사전선거운동을 보장하고, 맘껏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국민들은 고무신이라도, 막걸리라도 얻어 마셨는데, 지금은 국민에게 그런 이득은 없고 정치인들만 배불린다고 설명했다.
결론을 짓자. 지금 정부는 청년실업률 8%도, 심각한 국론분열도 아랑곳 않고 4월15일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들 눈에는 국민은 없는 듯하다.
한국영화 전성시대에 맞춰 영화를 찍는 게 어떨까. 감독 대한민국정부, 주연 열린우리당, 조연 한나라·민주당인 ‘국민 두 번 죽이기’. 흥행에 성공할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