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 = 권 문 용 강남구청장
단체장 칼럼 = 권 문 용 강남구청장
  • 시정일보
  • 승인 2004.02.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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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면 도시 전체가 공원이 된다
이웃과 이웃 사이에 가로 놓인 담장. 소유물의 경계를 나타냄과 동시에 ‘나의 집’을 지키기 위한 도난 방지 시설이 바로 ‘담장’이다.
하지만 담장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는 이미 그 기능을 잃었다. 더구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살기 좋은 나라는 오히려 담장이 없어지고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린 자신의 뜰을 이웃 주민들과 공유한다.
실제로 중앙대학교 정문 옆 ‘걷고 싶은 거리’는 담장을 없애 녹지를 조성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앙대는 담장 260미터를 없애고 조형물과 벤치를 들여놓는 등 공원을 조성해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강남구도 새로 지어질 아파트들에 대해서 담장을 없애고 지하주차장을 조성해 아파트단지내 공간이 시민 공원이 되도록 추진중이다. 강남구에 앞으로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는 면적은 자그마치 80만평에 해당된다. 이 중 아파트가 들어서고 단지내 도로가 생김에 따라 약 30만평의 녹지 공간이 생기게 된다. 30만평의 공원을 새로 만들려면 땅값만 약 6조원이 든다. 이렇게 절약되는 돈을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담장을 허물면 왜 공원이 되는가?
한 예를 들어보자. 재건축을 하게 되면 도곡동 아파트의 동간 거리가 현재의 14M에서 55M로 늘어난다. 그 공간에 나무를 심고 산책로와 실개천을 만들어 쾌적하고 아름다운 녹지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학교도 담장을 개방해 그 공간에 자그마한 공원을 조성한 후 주민, 학생들이 공원을 드나들 듯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웨덴 스톨홀름시도 아파트 담장을 허물고 공원녹지로 개방하고 있다.
사유지를 공원으로 개방하면 가지치기, 비료주기 등 유지 관리를 시청에서 담당한다. 이러한 사례처럼 강남구는 앞으로 재건축 단지의 담장을 허물 경우 조합과 합의하여 유지관리비를 구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조례로 확정, 금년 6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필자가 이러한 일을 추진한다고 하니 범죄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담을 허물면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대안도 물론 있다. 그것은 CCTV다.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에서는 3월말까지 추가로 320개소에 CCTV를 설치할 것이다. 또한 관제시스템을 구축해 한자리에서 전 CCTV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담장을 허문 개방된 아파트 단지에 방향이 고정된 CCTV가 설치될 것이다. 이 때에는 반드시 아파트 주민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이다.
이러한 담장을 허무는 계획을 재건축 조합장들과 협의한 결과, 재건축 조합장들로부터 아파트 단지를 양재천과 같은 공원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남구의 계획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적극 참여하기로 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이런 사업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서울시에 요청한 바, 서울시 관계자도 강남구의 사례를 서울시 전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강남구의 담장 허물기 사업이 전국으로 퍼져 ‘꿈의 녹지 도시’가 많이 생겨나길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