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영섭 원장 =동대문문화원
칼·럼/ 김영섭 원장 =동대문문화원
  • 시정일보
  • 승인 2006.02.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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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평등문화를 다시 세우자
해마다 명절이면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지난 설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로 명절준비에 관한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것이며, 또 시집식구들과 며느리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설 명절이 지나고 모 신문에 그냥 웃고 넘길 수만 없는 작은 기사를 보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명절에 시댁에 갔다 온 부부의 경우 기존의 경우보다 30% 정도 더 높은 불화를 경험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이혼율도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보고서였다.
지금의 이 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 빠른 변화의 바람은 우리들 가정에도 예외가 아니다.
부부간의 역할 분담은 물론 가사를 돌보는 남편, 여성의 경제적 책임, 부부 독립채산, 부인의 사업을 돕는 남편, 자식에 대한 독립적 인식, 자녀들의 변화된 인생관 등만이 아니다.
그 변화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가장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젊은 층과의 대화가 있는 아버지들의 경우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전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폐쇄된 자기관념에 갖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연령층이 높을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할 것이다.
무조건 단순한 고부간의 갈등이나 그로 인한 부부간의 위기와 가정의 불화 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우리네 생활양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명절에 며느리가 시집에 가는 경우가 반대로 사위가 처갓집에 가는 경우보다 불화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가부장적 이기주의 문화가 우리 가정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모친이 남아에 대하여 과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관계의 교류보다 자기소유물과 영역지키기에만 집착하는 동물적 습성일 뿐이다. 근래에 와서 여성들의 사회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시집살이’라는 말보다 ‘처가살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마당에 자기영역에 집착하는 동물적 문화는 털어내 버려야 할 것이다.
근간에 진보적인 부류들은 호적까지 부정하면서 남여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호적이 있다고 평등이 안 된다는 사고 역시 버려야 할 것이다.
호적제도가 없는 선진국의 경우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확인을 위하여 부모의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르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는 호적이라는 자신의 성을 쓰면서도 같은 집안임을 증명해 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제도나 관습을 논하기 이전에 인간 본연에 충실하는 평등가족문화를 새롭게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며느리든 사위든 모두 한 집안의 기록에 올라 있는 한, 한 핏줄이며 한 가족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변하는 이 사회의 트랜드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비록 연령이 높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시대의 변화는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동물적 문화로 갈등을 만들지 않고 새로운 가족문화를 정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바로 우리 모두에게 지워진 미래맞이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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