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 앞서 ‘의료공공성’ 강화
의료산업화 앞서 ‘의료공공성’ 강화
  • 시정일보
  • 승인 2006.03.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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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붕괴 우려…2009년까지 공공기반 30% 확충
의료비 부담증가 따른 서비스 수준 양극화 해소방안 필요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관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 곳 인터넷 홈페이지(www.nhic.or.kr)의 첫 화면에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늘 고마운 친구처럼, 국민과 함께 하는 건강보험’이라는 문구가 뜬다.
2000년 7월 출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창립 이후 국민이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이자 친구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보장요양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노인요양보험의 본격 시행을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공단의 미래는, 그러나 ‘장밋빛’만은 아니다. 의료산업화가 그 이유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핵심으로 하는 의료산업화는 공단의 역할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의료산업화가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1>2004년 12월 외국계자본의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및 내국인 진료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 공포됐다. 이 법 적용대상은 인천과 광양, 송도 등 3곳. 이곳에서는 외국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고 한국인을 진료할 수도 있다. 또 건강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법을 기점으로 의료산업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2005년 10월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의료산업 선진화위원회’가 출범했다. 같은 해 11월18일에는 ‘의료시스템 이원화 운영추진’ 계획이 보도됐다. 또 지난 21일에는 인천경제특구와 같은 수준의 내용을 가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제주특별자치도법 역시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외국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대신 건강보험 적용은 배제하고 있다. 물론 내국인은 의료법인 설립이 불가능하다.
이런 논의에는 의료산업화가 그 배경으로 등장한다. 의료산업화는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생산재 부문과 의료서비스 부문의 집중 육성을 통한 국가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경쟁을 통한 의료의 수준 향상으로 다양하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의료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을 정책지향으로 삼고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의미하며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핵심으로 한다.


소득따른 의료양극화 우려

그러나 이런 논의에는 보건의료시장 개방이라는 국제적 시장조류와 함께 국내 의료서비스 수준의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데 한계가 있다. 먼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산업화가 본격 시행으로 병·의원과 고소득계층의 건강보험 탈퇴가 허용되면 건강보험제도의 조직 기반이 약화된다. 또 사회보험의 위험분산효과 및 소득재분배 기능의 약화로 인한 사회연대성 붕괴, 건강보험 기능 상실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 국민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예방과 진단, 치료, 재활, 출산·사망, 건강증진에 대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우려는 한층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보험금 역시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의 4.48%를 사업장과 개인이 50%씩 나누어 내고, 지역가입자는 소득이나 재산 및 가구원수 등을 점수로 환산해 부과하는 만큼 ‘경제정의 실현을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10%로 열악한 실정에서 국민의료 문제를 시장경제와 산업분야의 지배 논리를 적용할 경우 공공의료체계 붕괴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관 효과와 고용창출의 불투명성도 지적된다.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의 기술개발은 ‘의학적 필요’보다는 ‘시장의 선호’에 치중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이 때문에 기술개발 방향과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의료서비스 산업은 노동집약적이지만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일반 제조업에 비해 매우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의료서비스의 이원화, 즉 소득에 따른 양극화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은 낮은 보장성으로 민간보험으로 이탈하는 대신 고급병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반면 서민이나 빈민들은 건강보험, 일반병원으로 계층화될 것이 불을 본 듯하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05년도 4/4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2001년 10.1%였으나 2003년 9%, 2005년 5.2%로 낮아지고 있다. 또 도시근로자 가구 중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소득5분위배분율은 5.43배로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 통계를 보면 서울 강남구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수는 1809명이다. 반면 강북구는 같은 기간에 2334명이 사망했다. 소득불평등에 따른 건강정도를 증명하는 수치이다. 결국 의료서비스의 이원화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밖에 국민 의료비 증가로 국가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국내 병·의원의 역차별 시비는 물론 투자와 자원이용이 쉬운 영리영역으로 의료자원이 집중되는 등 의료공급체계의 왜곡도 간과할 수 없다.


민간보험 지급률 너무 낮아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도 아직까지는 성급하다는 평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유형은 법정본인부담 또는 비급여에 대한 보장인 ‘보충형’과 공적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중 택일하는 ‘대체형’, 공적의료보장의 급여를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해 제공하는 ‘병렬형’ 등이다.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이 공공보험의 보장성 수준 미흡에 따른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 보험사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및 의료의 질 향상, 국민의 다양하고 고급화된 의료수요 충족, 의료분야의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한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은 1980년대 정액급여 방식의 암 보험을 시작으로 2003년 손해보험회사의 단체형 실손보상형 보험, 2005년 9월1일 생명보험회사의 개인가입형 실손보상형 보험 등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료에 비해 낮은 지급률과 관리운영비 과다, 막대한 영업비와 광고비로 인한 사업비용 과다지출이 문제로 꼽힌다.
우리나라 민간보험료 보험지급률은 6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보다 낮다. 또 국민건강보험의 185%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관련,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로는 국민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무용론의 급격한 확산, 보건의료체계 왜곡, 의료기관 이용 차별에 따른 위화감 조성 등이다.
전 국민 대상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가 최고이며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의료비로 가계가 파산할 뿐 아니라 영아사망 비율, 기대수명 등 국민건강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준비없이 서두르면 낭패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부문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한 의료산업화 추진이 필수적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2008년까지 70% 이상 실현하고 공공의료기반을 2009년까지 30% 이상 확대한 후 이 둘을 의료산업화와 연계했을 때 목표로 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서비스의 생산비용 절감과 필수 의료부분의 충족되지 않은 의료수요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충족시키고, 의료기관 별 기능분화를 통한 동일수준의 의료기관 간 자율경쟁 유도 및 서비스 질에 따른 차등 보상제 실시가 필요하다. 아울러 필수진료 영역이 아닌 사치성의 부가적 편의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민간의료보험 또는 자비병상(Pay-beds) 허용으로 충족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밖에 의료산업분야 연구인력 강화, 신 의료기술 개발 활성화, 병상 당 의료인력 증원을 통한 고용창출 및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과 노인인구 의료수요 충족을 위한 장기요양 병상 확충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보험 상품의 표준화 및 상품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선택적 탈퇴, 위험선택 남용 제한 및 민간보험 지급률 하한 설정 등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보장성 확대와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적 지지(Social Consensus)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건강보험제도 略史

1963년 의료보호법 제정으로 출발
1988년 ‘전 국민 건강보험’ 의미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헌법> 제34조 및 36조의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 및 국민의 보건에 대한 국가의 보호’ 규정에 근거한다.
이 명제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 의료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에 국민의 수급권 등 권리보장, 적용대상 및 보험료 부담의무 등을 규정한다. 또 국가에서는 생활유지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급여법>에 의한 의료급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2006년 12월31일까지 한시법으로 운용되는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마련,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조기에 해소하고 재정건전화를 빠른 시일 안에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1963년 12월16일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의료보호법 제정에서 시작된다. 1970년 8월7일 의료보호법이 개정됐고 1977년 7월1일부터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했다.
이 때를 피고용자 의료보험의 출발로 본다.
1979년 1월1일에는 공무원 및 교사 의료보험이 실시됐고 같은 해 7월1일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당연 적용됐고, 1981년 1월1일에는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1981년 7월1일에는 홍천·옥구·군위에서 지역의료보험 1차 시범사업이 실시됐고 12월1일에는 직종의료보험조합이 발족했다. 1982년 7월1일부터는 지역의료보험 2차 시범사업이 강화·보은·목포에서 실시됐다.
1988년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해로 의미가 크다.
1월1일부터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19889년 7월부터는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됐다.
그 후 1998년 10월1일 1차 의료보험 통합에 이어 2000년 7월 의료보험 완전통합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 2001년 7월1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직장가입자 편입, 2003년 7월1일 지역·직장재정 통합 운영 등 의료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보장제도로서 자리를 매김 하는 기반을 마련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