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은행은 기부금 産室
지자체 금고은행은 기부금 産室
  • 시정일보
  • 승인 2006.03.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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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자치가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주민참여 행정이 이루어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을 갖추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반면 감사의 성격상 부정적인 면도 적발되었다. 부담금기부금 부과 및 관리에 있어서 40여년 동안 실제 부과된 적이 없는 부담금을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등 허점이 발견됐다. 그리고 부담금 분할납부를 승인해 주면서 법적 근거 없이 조례로 가산금을 징수해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었으며 도로복구기준을 상위 법령에 위배되게 정하거나 급수공사비를 기존보다 과다하게 산정해 3049억원을 사업자에게 추가부담시킨 경우도 있었다. 기부금 모집관리에 있어서는 법적 근거 규정이 미흡해 금고취급은행이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선정되고 있어 사실상 기부금 모집 통로가 되고 있거나 경쟁계약인 경우에도 기부금을 평가항목에 포함하고 있어 최근 3년 반 동안 기부받은 금액이 1064억원에 이르고 있었다.

금고은행 선정은 사실상 기부모집
610억 기부받아 경비 집행...법규 미비가 원인

금고은행의 선정실태와 금고은행으로부터의 기부금품 접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쟁방식으로 금고를 선정하도록 한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어긋나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고은행을 수의로 선정하면서 이를 이유로 기부금품을 받거나 산하단체 등에 출연하게 하고 있었다. 경쟁으로 선정할 때에도 기부금 제시액을 점수로 환산 평가하도록 해 최근 3년 반 동안 1064억원을 기부받거나 산하단체 등에 출연하게 하고 있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출연출자 단체나 기금,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공무원이 대표로 있는 각종 행사추진위원회 등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단체 등은 기부금품 접수를 제한하는 법규가 없는 점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최근 3년 반 동안 위 단체 등을 통해 610억여원의 기부금품을 받아 행사비 등 경비로 집행하고 있었다.
그밖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을 위반해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위 단체 등에 기부를 요구하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기초단체 70% 수의계약 금고 선정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재정법 제64조의 규정에서 소관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업무를 취급하게 하기 위해 은행법 제2조 및 제5조에서 정한 일반은행,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고를 지정해 운영토록 하고 지방자치법 제155조 등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지정업무를 지도감독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취급은행으로 선정되면 지방자치단체 예치금 활용, 신용카드 영업 등으로 수익이 발생해 금융기관 간에 금고로 지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므로 경쟁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이 투명하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1998년 11월 경쟁입찰 방식으로 금고취급은행을 선정하되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금고관리업무 취급능력, 지방자치단체와 금고 간 협력사업 추진 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하도록 ‘지방자치단체 금고 업무편람’을 각 광역자치단체에 시달했고 금고운영 안정성 확보의 필요성 제기에 따라 2001년 1월 금고운영의 안정성과 금고취급은행 선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게끔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및 운영조례 표준안’을 각 광역자치단체에 시달해 관련조례를 제정하고 가급적 공개경쟁으로 선정토록 했다.
그러나 16개 광역자치단체의 금고취급은행 선정실태를 확인한 결과 그 중 서울특별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만이 경쟁입찰방식으로 금고를 선정하고 있을 뿐 나머지 9개 단체는 위 업무편람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선정하고 있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도 234개 자치단체 중 30% 상당에 해당하는 72개 단체만 경쟁방식으로 금고취급은행을 선정하고 있었다.

서울시, 삼일교 공사대금 41억여원 접수
이뿐만 아니라 수의계약을 이유로 들어 지역협력사업 명목의 기부계획을 제출토록 하거나 필요시 수시로 협찬받는 방법 등으로 금품을 기부받고 해당 자치단체의 출연기관 등에 출연하도록 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었다.
광역자치단체에서 2002년부터 2005년 5월까지 이처럼 협력사업 지원계획을 받거나 협찬금 등의 명목으로 금고취급 은행으로부터 기부받거나 출연단체 또는 행사추진위원회 등의 보조단체에 출연, 기부하게 한 실태를 표본조사한 결과 부산광역시는 금고취급은행인 모 은행 및 모 중앙회로부터 직접 기부받은 금액이 16건에 180억4500만원, 행사추진위원회 등 보조단체 등에 기부토록 한 것이 13건에 1억7500만원에 이르고 있었다. 이같이 금고를 수의로 선정, 지정한 9개 시도에서 금고취급은행으로부터 총 283건에 339억3600만원을 기부받거나 단체 등에 기부하도록 한 실태가 적발됐다.
같은 기간 감사원에서 각 시도와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금고선정과 관련해 기부금품 모집 또는 접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특별시는 청계천 삼일교 공사대금(41억 8300만원), 시민의 날 행사시의 홍보용 티셔츠 및 직원 업무용 수첩 등 32건, 361억7100만원을 받는 등 16개 시도에서 705건, 1064억여원의 기부금품을 받아 사용했다.

시행규칙이 오히려 기부행위 유도
기부금품모집 규제법에 의거, 기부금품을 모집하고자 하는 자는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소속기관과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접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이 특정단체 등에 기부하도록 권유, 유도하거나 출연하도록 하는 행위도 기부금품 모집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고 지정을 이유로 금고취급은행으로부터 협찬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의 명목으로 기부금품을 받거나 단체에 출연하게 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 왔다.
그러나 2002년 11월 ‘자치단체 금고선정 평가 항목 및 배점기준 시행규칙(안)’을 시달하면서 ‘자치단체와 금고은행 간 협력사업 추진능력’의 2개 세부항목 중 ‘자치단체와 협력사업 추진실적’의 경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그동안 지원했던 모든 활동 및 장학금 지원, 체육문화행사 지원 등의 지원실적들을 기준으로 비교평가하도록 되어 있어 행정자치부의 지도감독방향과는 달리 오히려 금고은행들이 협력사업 명목으로 기부금품을 해당자치단체나 단체 등에 부당하게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면서도 행정자치부는 불법적인 기부금품 모집 행위 등을 검사 확인해 법에 따라 고발하거나 관계공무원을 문책하도록 돼 있는데도 실질적인 지도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고지정과 관련해 금품을 기부하도록 금고취급은행에 요청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대전광역시에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신년교례회를 매년 개최하면서 행사비 1억689만원의 대부분인 8435만원을 시 금고취급은행에서 협찬 명목으로 받아 사용하거나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금고선정을 이유로 금고취급은행으로부터 직접 기부를 받거나 기초자치단체가 출연한 단체 등에 행사개최 경비 명목 등으로 기부하게 하는 행위가 상존하고 있는 등 대전광역시와 9개 시 군 구에서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었다.

자치단체 운영단체 규제근거 미비
감사결과 금고취급은행으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집 접수하는 행태는 거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여기에는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단체 등에 대한 기부금품 모집 접수제한 제도의 미비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출연출자한 단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사 등 지방자치단체 업무를 용역위탁 등의 방식이나 보조금을 받아 수행하는 법인(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 혹은 법인이 아닌 행사추진위원회 등의 단체로서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를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공무원이 겸임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단체의 경우는 의사결정이 시장 등 공무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 출연출자 법인이나 단체 중 의사결정을 공무원이 하는 경우나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단체 등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소속 공무원에 준해서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에 따라 모집 및 접수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연출자한 법인이나 보조금을 교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대표자로 있어 의사결정이나 업무처리를 공무원이 하고 있는 회, 행사추진위원회 등 단체에 대해서는 같은 법 등에 기부금품 모집 및 접수를 지방자치단체에 준하는 정도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과 공무원 외에는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기부금품의 접수가 허용되는 점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위 단체 등에 기부하도록 권유하거나 단체명의로 기탁받아 예산으로 수행해야 할 각종 행사의 경비 등에 집행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었다.

54개 지자체 3년여간 400억 접수
지방자치단체가 출연출자한 단체들은 최근 3년 반 동안 400억원을 접수, 사용해 왔다. 창녕군에서는 2003년 10월에 이사장이 군수이고 공무원 3명이 업무처리를 하는, 사실상 창녕군에서 운영하는 창녕군 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면서 재단 명의로 관내업체에 출연을 홍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고취급 금융기관인 중앙회 창녕군지부로부터 매년 5000만원씩 1억5000만원 등 관내 기업체나 주민 등으로부터 합계 14억5000만원을 출연받고 있었다. 이같이 2002년 1월부터 2005년 6월 사이에 5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신들이 출연출자하여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법인 이름으로 400억여원을 출연받아 장학금 등으로 집행하고 있다.
합천군에서 군 주최로 2002년부터 매년 합천벚꽃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서 관내 기관업체 등에 위 대회 주관단체인 합천군 회로 기부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해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에 91개 업체로부터 1억3037만원을 받아 행사경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사추진위원회 등 행사단체에 요청해 행사비 명목으로 기부된 5억5343만원을 행사비로 집행한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나 공무원이 기부요청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7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의장 등이 공무원으로써 대표자이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하는 회와 같은 단체의 이름으로 179억여원을 기부받아 행사경비로 사용했다.
한편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2004년 1월에 관하 각 읍면에 공문을 시달해 신청사 부지 내에 식재할 186만주의 나무를 기증받아 식재하는 등 9개 시 군 구에서 총 25억7006만원을 모집해 경비 등으로 사용하고 3000만원을 행사추진위원회에 기부해 행사비 등으로 집행하게 하거나 기부금품 관련 장부도 관리하지 않는 등의 사례도 적발됐다.
<유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