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상실된 도덕성을 개탄한다
공직사회의 상실된 도덕성을 개탄한다
  • 시정일보
  • 승인 2006.03.1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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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용 환 언 론 인




얼마 전 까지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을 둘러싼 진위 여부에 집중되었던 국민적 관심이 3월 들어서는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과 국무총리의 골프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최연희 의원이 술좌석에서 동아일보 여기자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추태라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공세를 벌였고 이에 당황한 한나라당이 최의원을 탈당시키고 의원직도 사퇴하기를 기다리는 시점에서 이번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시민들의 발이 묶인 3월1일, 3·1절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부산에 내려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이 물실호기라 여겨 국무총리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감정은 실망 그 자체다. 국회의원이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나. 국무총리가 교통대란은 외면한 채 부적절한 인사들과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진퇴를 밝히지 않고 눈치만을 살피는 유보적 행태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연희 의원이나 이해찬 국무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사과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과라는 것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변명성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술에 취해 술집 주인인줄 알고 기자의 몸을 더듬었다는 거짓말이나, 오래전에 약속된 순수한 게임이기 때문에 취소할 수가 없었다는 해명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따라서 정직과 도덕성이 우선 덕목인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인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위선이 이 나라 정치인들과 전체 공직자들을 욕되게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것만이 그나마 국민에 대한 올바른 사과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속언 가운데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 총리의 골프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이기우 교육부 차관의 경우가 이에 비유되지 않나 싶다. 이총리의 교육부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이 차관이 국무총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어 가면서 거짓 해명을 한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을 우롱했다는 지탄성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따라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훌륭한 공무원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 차관의 보은성 충직성이 오히려 화를 자초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에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 의원은 강원도 지역구에 칩거하면서 의원직 사퇴는 고사하고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의원직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적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잇살이나 든 사람이 성추행이라는 부끄러운 행동을 했으면 지역주민들에게 사죄하고 주민들의 지탄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마땅하거늘 몇몇 추종자들을 동원해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지역 여론을 조성하려 한다니 기가 찰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의 권위가 체면도 인격도 팽개칠 만큼 대단한 것이라면 앞으로 제2, 제3의 최의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봄의 길목인 3월을 무색케 하는 이 사건들을 접하면서 공직자들에게는 도덕성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새삼 음미하게 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이를 깨닫고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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