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실태 조사 필요하다
민간의료보험 실태 조사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06.03.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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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양 순 논설위원


보험소비자협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보험지급률이 최근 5년 동안 평균 173%인 반면 민간의료보험은 63%의 보험료만이 진료비로 지급되었다 한다. 민간보험회사에서는 공보험인 건강보험은 정부지원금과 사용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지급이 가능했다고 주장하겠지만 보험지급률이 63%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4년 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민간보험사들의 사업비 차익은 3조 3075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사업비는 보험모집인 수당과 계약유지비 및 보험료 수금비 등을 더한 것으로 고객이 내는 보험료에 포함된다. 사업비가 남았다는 것은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들었다는 것으로 사업비 차익이 늘면 민간보험사의 이익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했기에 가계부담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민간의료보험의 가입을 선택해 왔다. 민간보험사는 중증질환으로 가정이 파탄난 사례로 가입자들을 설득해 왔고, 그 결과 열에 아홉 가구꼴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였다. 금액적으로는 가구당 월평균 납입보험료가 9만여원으로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그러나 민간보험사의 수지차액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일정표(로드맵)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암 등 중증·고액 질환에 대해 61.3%(2004년 기준)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2008년에는 75%까지 확대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보험시장의 최대시장인 암보험의 경우 연간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암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2005년 9월부터 47%(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기준)에서 64.4%로 급여율이 확대됨에 따라 민간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들에게 약속한 치료비, 약값, 식대, 상급병실 차액 등을 보상해 주는 보험금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분 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민간보험이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순기능은 대단히 컸다. 민간보험사의 막대한 수지차액은 기업자금으로 전환되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민간보험 시장의 역기능 또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계기로 점검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간보험시장이 2005년 건강보험료 수입의 50%로 전체 의료비 지출의 30%를 육박한다는 통계를 볼 때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포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취약으로 형성된 국민들의 추가부담을 최소화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민간보험의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민간보험 시장의 합리적인 재편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에 중첩된 질병보장 기능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일정에 따라 질병보장 기능은 건강보험으로 이관시키고, 민간보험은 노동력 상실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지금과 같이 민간보험에 대한 추가부담을 강요한다면 국민들의 희생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경제원칙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으려는 활동을 말한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관계기관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의료비에 대한 국민들의 기회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