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단체장 인사전횡은 고질적 병폐인가
민선단체장 인사전횡은 고질적 병폐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06.03.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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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7월 1일 민선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가고 지역민을 위한 자치가 이루어지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민선단체장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데 비해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담보하는 장치가 미흡하고, 특히 민선단체장의 인사전횡 등 인사부조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는 2001년 3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기준의 공개’, ‘다면평가제 적용 확대’, ‘인사위원회 운영 활성화 및 실질심사 기능 강화’, ‘승진후보자 명부 상위 고순위자 승진우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공무원 인사운영 혁신지침]을 마련했다. 또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인사위원회 위원수를 늘리는 외에 외부위촉위원을 절반 이상 확보하도록 하며, 지방5급 승진시험 의무시행(50%)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도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의 미흡과 인사권자의 실천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부재로 인해 인사부조리 등의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친한 순서대로 서열명부 조작

자치단체장이 측근인사를 편법으로 승진임용하거나 보직관리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인사제도를 시행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등 15개 기관에서 지방2급 등을 부당승진시키고 근무성적 부당평정, 승진심사 개입 등 인사제도를 부당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중랑구는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결정을 이유로 부구청장 3급(지방부이사관)을 2급으로 승진임용한 후 장기교육파견을 하고 그 후속인사로 국장 4급과 과장 5급을 각각 3, 4급으로 승진임용했다. 그밖에 충청남도 등 3개 기관에서 승진배수 범위에 들지 않는 사람을 승진시키고 해당직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승진임용하는 등 관계법령에 어긋나게 5, 6급 공무원을 4, 5급으로 승진임용했다.
법령에는 6급 이하 평정대상 공무원의 근무성적평정자는 평정대상공무원의 직근상급감독자 또는 차상급감독자(과장 또는 국장), 위 확인자는 평정자의 직근상급감독자 또는 차상급 감독자(국장 또는 부단체장) 중에서 임용권자가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평정자와 확인자가 5할의 비율로 평정한 결과를 종합한 평정단위별 서열명부를 작성해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근무성적평정위원회는 이 명부를 기초로 해 평정대상공무원의 순위와 평정점을 심사, 결정하되 이 경우 평정단위별 서열명부의 순위는 변경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임용권자나 인사담당 등이 임의로 근무성적으로 평정하거나 근무성적 평정자와 확인자가 평정한 평정단위별 서열명부를 조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광주시에서는 2003년도 하반기부터 2004년도 하반기 사이에 총 3회에 걸쳐 6급 이하 평정대상공무원의 근무성적평정을 하면서 평정자인 해당 과장이 평정한 근무성적 평정서를 제출받고는 확인자인 해당 국장들에게 확인자 평정 및 국별 평정단위별서열명부를 작성, 제출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후 평정자인 해당 과장이 평정한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 측근과 자신 등을 상위순번에 배치한 ‘직급·직렬별 서열 가명부’를 작성해 시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시장의 서열조정 지시에 따라 평정단위별 서열명부를 다시 작성해 결재를 받은 후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 제출하자 동 위원회에서 서열순위와 평정점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심의·의결했다.
그 결과 시장이 상위순번으로 배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공무원 1명과 6급 공무원 2명이 2005년 3월 5급과 6급으로 승진심의 의결되는 등 2005년도 중에 7급 8명, 6급 6명이 각각 6급과 5급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승진하지 않은 공무원 3인의 서열을 계속 상위에 배치하고 이를 주도한 주무 외 1인도 자신들의 근무성적을 임의 조정해 한 명은 서열 1위가 되고 주무는 부당승진했다.


다면평가 반영에 합리성 결여

인사위원회는 구성 및 운영의 형식화로 승진심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다면평가 결과를 일부 반영하지 않거나 그 편차가 심해 실제 반영비율에 큰 격차를 보이는 등 인사제도로서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지자체의 인사위원회는 인사권자의 인사권 전횡·남용을 방지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 운영하고 있으므로 외부 위촉위원을 절반 이상 확보하고 실질심사기능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국 139개 시 군 구의 인사위원회 운영실태 확인결과 46.8%에 해당하는 65개 시 군 구에서 당해 기관 퇴직공무원을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있었고 그 중 서울시 강서구 외 3개 자치단체는 [표1]과 같이 당해 기관 퇴직공무원을 포함해도 외부인원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 동구 외 8개 자치단체는 인사위원회 외부위원을 전원 당해 기관에서 퇴직한 공무원으로 위촉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표2 참조>
행정자치부는 2001년 3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예측가능한 인사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다면평가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다면평가결과를 특별승급, 성과상여금 지급, 교육훈련 및 보직관리 등 각종 인사관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돼 있고 평가방법 및 절차, 평가결과의 반영 등에 관한 사항은 당해 지자체의 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전국 139개 시 군 구 중 다면평가 반영비율은 서울시 강남구가 2%로 가장 낮고 대구광역시 달서구 외 5개 기관은 50%로 가장 높으며 전체 47%에 해당하는 65개 기관에서는 30%를 나타내고 있다. 대도시 자치구는 대부분 10%의 반영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시 강남구의 경우 승진인사시 다면평가의 영향을 되도록 피하기 위해 관계법규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인 2%를 반영함으로써 다면평가제도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등 대도시일수록 다면평가 비율을 낮게 정하고 있었다.
다면평가 비율에 대해 명목상 비율과 실제 적용되는 비율의 차이를 검토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 5개 시 군 구를 표본으로 승진후보자명부 점수와 다면평가 점수 반영비율, 승진후보자의 각 평균점수, 표준편차 및 변이계수를 산출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표3]과 같이 후보자명부 점수의 변이계수로 다면평가점수의 변이계수를 나눈 값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다면평가 점수가 승진후보명부 점수에 비해 10배 이상 편차가 심한 것을 나타낸다. 즉, 다면평가 점수가 명부점수에 비해 10배 이상 배점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경상남도에서 2005년 3월 지방 6급 2명을 5급으로 승진심의 의결하기 위해 승진후보자 8명에 대해 승진후보자명부 점수 80%, 다면평가 점수 20%를 반영한 종합서열명부를 작성했다. 이때 위 80% 대 20%의 비율이 지켜지도록 그에 상응한 점수폭(편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승진후보자명부 점수의 표준편차는 0.17인 반면, 다면평가 점수의 표준편차는 오히려 3.8배나 많은 0.64로 나타나고 있어 반영비율은 20%밖에 안 되는 다면평가 점수가 사실상 승진서열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와 관련 승진후보자명부 점수의 변이계수로 다면평가 점수의 변이계수를 나눈 값이 16.95배나 되는데 이는 명부점수에 비해 다면평가 점수를 16.95배 많게 배점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결국, 다면평가 점수비율 20%를 반영하려고 한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다면평가 결과가 종합서열명부의 순위를 사실상 좌우하게 되는 등 합리성이 결여돼 있었다. 반면에 다면평가 점수의 반영비율이 명목상 비율에 비해 실제 1/10 정도밖에 안되어 의미가 상실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관리감독 기관인 행정자치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담양군 등 9개 기관에서는 일부 다면평가를 하지 않고 승진심사를 하거나 평가위원을 부당 선정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로써 행정자치부는 다면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평가결과를 반영하지 않는 지자체를 견제할 합리적인 방안 도출의 필요성이 지적됐다.


72% “공무원 인사 불공정” 인식
인사전횡 견제방안 ‘공무원노조 강화’ 제시

■인사공정성 강화방안 설문


민선단체장의 권한에 따른 인사운영과 관련해 2005년 5월 개최된 ‘민선단체장 출범 10주년의 평가’ 학술세미나에서 두 명의 대학교수가 ‘지방정부의 인사공정성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발표에서 단체장 선거로 공무원 간의 갈등이 증가했다는 인식이 84%에 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는 갈등해소를 위해 민선단체장의 공정인사 확립 등 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또 직선제 실시 이후 공무원 인사가 정실에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응답이 72.3%로 대다수 공무원들이 인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반영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단체장과 공무원 간의 갈등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설문은 국가전문행정연수원 및 경기도 공무원교육원에 입소한 지방공무원 16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공무원 노조의 강화(41.7%)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다면평가를 비롯한 평정 객관화의 강화(33.3%) △인사위원회 강화(23.4%) △주민에 대한 인사공개제도의 강화(8.9%) △중앙정부 혹은 광역자치단체의 강화(4.1%)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3.3%)의 순이었다.
이같이 제시된 대안책 중 설문을 실시한 두 교수들을 포함해 대다수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은 주장은 ‘인사위원회의 권한 강화’였다. 이들은 공무원 노조의 강화라는 대책 제안에 대해단체장의 인사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과 공무원 노조로부터의 정치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행 인사위원회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87.5%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답변을 했다.
그 이유로는 △민간 인사위원이 공직 사정을 모른다는 것이 85.3%로 가장 큰 이유로 꼽혔으며 △단체장의 정실임용이 77.6%, △전문성 부족이 79.2%였다. 즉,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도 단체장의 결정을 추인할 뿐이라는 부정적 추정을 하고 있었다.
이번 지자체 조직·인사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분야별 문제점으로 민선자치단체장 인사권 남용, 지방인사제도 편법 운영, 인사관리의 공정성 결여, 조직·인력의 방만 운영 등이 꼽혔다. 서울시 중랑구 등 27개 기관에서 지방 3급인 부단체장을 직제에 없는 지방 2급으로 부당승진 임용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인사제도를 시행하는가 하면 측근인사를 부당 임용하는 등 인사권이 남용되고 있었다. 오산시 등 7개 기관에서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제도, 다면평가제도 등을 편법 운영하고 있었고 행정자치부에서는 이에 대한 지도·감독이 미흡했다. 경주시 등 37개 기관에서는 근무성적평정을 부당하게 조정하거나 자치단체장이 승진심사에 개입하는 등 인사관리의 공정성이 결여돼 있었고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면서 평창군 등 13개 기관에서 한시기구와 여유기구를 임의로 설치하거나 민간위탁업무를 잘못 지정·운영하고 있었다.

柳銀英 기자 /apple@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