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불평, 그리고 해의 불만
그늘의 불평, 그리고 해의 불만
  • 시정일보
  • 승인 2006.05.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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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鏞植 기자/argus@sijung.co.kr
풀밭이 있었다. 여기에는 해에게 불평을 터뜨리는 해와, 그런 그늘을 알 수없어 하는 해가 있었다.
그늘은 해가 자신에게만 비치지 않는다며 투덜댔다. 다른 곳은 따뜻한 햇볕 덕에 풀도 싱싱하게 잘 자라지만, 자기가 있는 곳은 그렇지 않다며 ‘불공평한’ 해를 탓했다. 해는 그러나 자신은 누구든, 어느 곳이든 공평하게 빛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늘이 왜 불평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곳의 구청장은 누가 보더라도 흠잡을 게 거의 없다. 직원들 다수가 25명의 구청장 중 최고라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사에서 만큼은 티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지역 출신을 우대했다는 말이다. 반대쪽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2일 단행된 인사에서는 이런 지적을 구체화한다. J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작년 하반기 뜻하지 않은, 불가항력적인 일로 교통사고를 냈다. 승진을 목전에 둔 터라 안타까움이 컸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 일로 석 달간 대기발령 상태로 지냈다.
물론 J과장은 4월 현재 승진서열 1번이다. 승진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 1월 그에게 수2번을 매긴 인사평정이 논란거리다. 이 결과 그는 서열1번이 됐다. 공무원인사평정은 1월과 7월에 실시한다. 5달 가까이 근무를 못한, 자세히 말하면 평정대상인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중 5달을 근무하지 못한 사람에게 수2번을 줬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무관 평정은 해당 국장이나 부구청장이 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 1달을 근무했어도 탁월한 실적을 냈으면 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 같으면 제일 낮은 등급을 줬을 것이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다른 자치구 인사부서 관계자는 “대기발령자의 경우 평정을 하지 않는 게 관례다”고 말한다.
공무원인사평정 사례집에는 대기발령자는 승진이나 호봉승급 등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적혀 있다.
그늘의 불평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해를 가리는 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