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촌지 규제보다 본질회복을
‘스승의 날’ 촌지 규제보다 본질회복을
  • 시정일보
  • 승인 2006.05.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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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응호 편집국장

국가청렴위원회가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 금품수수가 횡행할 것을 우려, 미리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 조치라는 것은 각급 교육청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전개하고, 위반행위 신고시 확인될 경우 강력한 징계에 처한다는 것이다.
과연 청렴위원회의 명칭과 역할에 부합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청렴’이란 미명 하에 ‘진심’이 오물로 더럽혀지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다.
스승의 날이 무엇인가. 가르쳐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기리는 뜻으로 특별히 제정한 날이다. 그래서 옷깃에 다는 꽃도 ‘사랑과 존경’의 뜻을 지닌 카네이션이다. 평소의 은덕에 감사하는 뜻을 ‘추모하기 위해 특별히 제정한 날’에 물건이나 현금에 담아 전달했다고 해서 촌지라고 단정해 세간의 비아냥을 사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본질을 흐리는 행위이다. 물론 처음의 순수했던 의도가 학부형들의 치맛바람으로 변질돼 그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고자 규제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정성까지 매도되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여기서 촌지의 정의와 스승의 날의 유래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8일 청소년 적십자단원들이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꾸준히 스승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뒤 1963년 10월 서울과, 1964년 4월 전주에서 청소년 적십자단의 각 도 대표가 모여 회의를 열고 불우한 퇴직교사와 질병에 걸린 교사를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전국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스승의 날 기념식 행사를 개최하다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뒤 1973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5일에 통합 폐지되었고 1982년에 다시 채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이 날을 앞두고 정부에서 할 일은 ‘촌지철퇴’보다는 중앙·지방 행정기관의 공직자, 국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 사회단체 일반기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승찾아뵙기와 안부편지 보내기, 모교 및 자녀 학교 방문하기 등의 운동을 벌이는 것이 참 의미에 부합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시골학교이든 도시학교이든 학생들은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경건한 뜻을 표했으며 학부모는 작은 선물 꾸러미를 챙겨들고 학교를 방문해 그간의 노고에 감사했다. 이때 갖고 가는 그 작은 선물 꾸러미가 바로 촌지이다. 촌지는 ‘얼마 되지 않는 작은 선물(寸志)’이라는 의미이다. 본래의 뜻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저분한 것이 아니었다. 본연의 의미가 변질돼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했다고 해서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득(得)이 되지 않는다. 강력한 규제와 징계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뇌리에 각인시킨다. 특히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를 돌아보고 감사하라는 의미에서 제정한 것인데 그와 상반되는 단속을 벌인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 규제하고 싶다면 처벌되는 촌지의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만원 이상의 현금이나 물품은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각 학교와 학부모에게 시달해야 한다. 본질을 찾아가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면 이런 식으로 지키기 쉬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 바로잡는 게 순서이다.
모쪼록 이번 스승의 날에는 국민 모두가 참뜻을 아로새겨 본질을 흐림이 없이 은사를 찾아 뵙고 진정한 감사를 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