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각막기증’ 의혹보다 박수를
‘사랑의 각막기증’ 의혹보다 박수를
  • 시정일보
  • 승인 2006.05.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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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銀英 기자 apple@sijung.co.kr
5·3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의 정식후보등록이 시작된 16일 서울시내 한 구청장 후보로 출마하는 이가 정식후보등록과 함께 각막기증 서약을 했다. 그는 표를 얻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님을 거듭 밝혔지만 하필 본격 선거전의 밑불이 당겨지는 시점에서 장기기증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을지라도 표를 얻기 위한 행위라는 세간의 의혹섞인 시선은 피하지 못할 듯하다.
이날 서약식에서는 이 후보의 가족들과 같은 당 시의원 후보들이 함께 기증의 뜻을 밝혔다. 또 관내 시각장애인협회 회원들과 장기기증 운동본부 임원 등,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표와 입김만 계산하더라도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마당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숫자다.
그러나 동기야 어찌됐든 이 후보가 서약식에서 밝힌 “구민들에게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려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는 뜻은 진심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이 중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10%인 2만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각막이식 수술은 200~300건에 그친다고 하니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국가적인 지원도 열악해 외국에 있는 각막은행과 같은 공식 기구가 없어 당일 적출한 각막은 당일에 이식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안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 저조를 따지기에 앞서 국가의 무정책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커져 전국민이 기증의 물결을 이루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자연 이루어지는 것이니 정책 부재와 국민의 인식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 후보의 각막 기증은 의혹에 앞서 박수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