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리고 지방정치
월드컵, 그리고 지방정치
  • 시정일보
  • 승인 2006.06.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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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축구에서 드디어 1승을 했다. 첫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7번째 만이다. 물론 2002 한·일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4강이란 위업을 이뤘지만 홈경기였다는 한계가 있다.
13일 대한민국은 빨간 물결로 일렁거렸다. 경찰은 토고와의 경기가 열린 이날 서울에서만 64만 여명, 전국적으로는 281만 여명이 거리응원을 벌였다고 추산했다. 호프집이건, 편의점이건 TV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람들이 모여 월드컵중계방송을 시청했다. 그리고 1골 먹었을 때는 장탄식을 내뱉었고, 반대로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을 넣었을 때는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두 손은 하늘을 연신 찔러댔고 불끈 쥔 주먹은 여름밤 공기를 갈랐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이 때 4800만 명은 하나다. 고향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지향과 이념은 더더욱 아니다. 너와 내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는 월드컵과 같이 똑같이 4년마다 열리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선거에서는 고향이 다르거나 생각 또는 이념이 다르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이웃이라도 상관없다. 그와, 그리고 그와 같이 있는 사람은 쓰러뜨려야 할 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에서도 승리해야 하는 게 과제지만 선거처럼 때로는 ‘비정상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만일 비정상적인 방법을 쓴다면 바로 경고가 아니면 퇴장을 시키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초 고려된 수준보다는 낮지만 지방의원에게도 급여를 지급하고 기초의원도 정당에서 공천했다. 선거구도 1개 선거구에서 2~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바뀌었다. 그 결과 상대를 꺾어 넘기려는 수단은 훨씬 강도가 세졌고 방법은 교묘하고 치열해졌다. 요즘 전국 234개 기초의회가 제4대 의회 마지막 임시회를 마쳤거나 열고 있다. 나머지도 곧 개회예정이다. 4년 전 같은 뜻을 품고 들어왔지만 지금은 가는 길이 다르다. 하지만 있는 자리가 어디든 지역발전을 위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선배는 먼저 터득한 지혜를 알려주고, 후배는 그 지혜를 고개 숙여 배울 때 선거과정에서 갈래갈래 나뉜 이웃간 간극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집행부 역시 약 절반가량이 수장(首長)을 바꾼다. 몇몇 곳에서는 벌써부터 살생부가 나돈다고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현직구청장-을 선거에서 도왔다는 이유다. 물론 도가 지나쳤을 경우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하겠지만, 인지상정(人之常情) 수준의 단순한 마음까지도 인사권자라며 괘씸죄를 적용한다면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제2, 제3의 정치공무원을 양산할 뿐이다.
앞으로 4년이 지난 2010년에는 지방선거도 월드컵 같이 신명나는 축제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