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서울시의회 결산
6대 서울시의회 결산
  • 시정일보
  • 승인 2006.06.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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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서울시의회가 막을 내리려 한다. 공교롭게도 월드컵의 열기속에서 출발해 월드컵의 열기속에서 걸음을 멈추려는 것이다.
6대 서울시의회는 집행부와의 갈등보다는 ‘호흡’에 무게를 두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거듭해 왔고 시민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여러방향으로 힘을 쏟아왔다.
본지는 6대 서울시의회의 4년 행보를 추적해 온 목격자로서 그들의 활동성과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태평로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 전경.


차기 의회에 ‘비단길’ 놓다



십수조원의 서울시 예산중 500분의 1도 안되는 예산으로 1년을 꾸려가는 서울시의회는 집행부처럼 대형사업을 펼칠 수 없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4년동안 수도서울의 600년 위상을 지켜냈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내실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등을 의회로 불러 ‘정책연구실’을 조직해 냈고, 전국최초로 본회의장 전자회의를 도입, 정보화시대의 리더임을 만방에 과시했다.


3년간의 ‘수도방어’ 투쟁



6대 서울시의회가 지난 4년동안 가장 심혈을 쏟은 사업은 ‘수도서울 지키기’였다. 1394년 태조 이성계의 천도 이후 600년 넘게 지속 확대돼 온 수도 서울의 위상이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공약에 의해 흔들리자 서울시의회는 집요하게 정부에 맞섰다.
수도이전 반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의회 ‘캡’의 삭발식을 단행했고 수도이전 반대 ‘1000만명 서명운동’, ‘범국민 궐기대회’로 여론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재작년 가을 수도이전 위헌결정을 내려 시의회의 투쟁은 끝을 맺는 듯 했지만, 정부는 헌재에서 예시한 수도의 상징만 남긴채 행정복합도시건설을 재추진하자 시의회는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수도 분할’ 반대의 볼륨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정부의 행정복합도시 이전계획은 3주전에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깊은 상처를 받았다. 2300만명이 살고 있는 최대의 표밭인 수도권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고, 행정도시 이전 지역인 충청권에서조차 완패를 당함으로서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1836건 의안 처리


지난 4년간 서울시의회는 조례제정 청원 의견청취 예산결산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현장시찰 세미나 토론회 등 각 분야에서 총 1836건의 의정활동 결과물을 생산해 냈다.
서울시가 수백,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펼치는 각종 사업들의 원활한 진행과 운영·관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고, 시민들의 안전과 서울시의 발전을 지향하는 의회의 주요활동 영역인 조례제정의 경우 재정경제위원회가 72개, 교육문화위원회가 65개 등 8개 상임위에서 총 347개를 만들어 냈고, 현장의 생생한 실태를 알기 위한 현장시찰도 총 417번을 다녀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세미나·토론회도 56회나 개최하는 등 의정활동의 ‘진화’를 위한 서울시의회의 노력은 4년내내 계속됐다.


정책연구위원회, 유능한 보좌관 역할


6대 서울시의회는 의원·전문가·학계·시민단체의 집합적 연구단체인 정책연구위원회를 2004년 8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정책연구위원회는 의정활동 지원과 입법안 발굴 검토, 시정·교육행정의 주요 시책사업 분석·평가 및 정책대안 제시, 의장이 요청하는 연구활동 및 학술용역 과제 검토 등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생산적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담당하는 정책연구위원회는 지난 2004년 8월30일부터 작년 6월말까지 의원 15명, 대학교수·시민단체 회원 13명 등 28명으로 1기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자치법규를 손질하고 정책대안을 내놓았다.
작년 7월1일부터는 의원 18명, 외부전문가 11명 등 29명으로 제2기 위원회를 꾸려 전기보다 더욱 왕성한 활동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연구위원회는 학술연구용역을 통해 행정사무감사 지원 인턴제를 정착시켰고, 서울시·교육청의 주요사업에 대한 세출예산 편성의 적정성을 검토해 의원들에게 제공했으며, 의안심의나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쟁점이 되는 사항을 면밀히 살펴 의정활동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유능한 보좌관 역할을 톡톡히 감당해 내고 있다.


디지털의회, 벤치마킹 대상


2005년 8월30일은 서울시의회가 ‘디지털의회’로 업그레이드 된 뜻 깊은 날로, 국내·외의 부러움과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날이기도 하다.
전자회의는 본회의장 전면에 도면, 사진, DVD 등 다양한 영상을 모두가 볼 수 있는 126인치 초대형 화면을 설치하고, 의원석에 무선 전자회의 단말기를 놓아 전자투표와 무기명 전자선거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회의 당일 의사일정에 따른 회의자료, 자치법규, 예산안 등 각종 의안자료와 1956년 초대의회 개원이후의 모든 회의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회의속도와 효율성을 높인 전자회의 시스템은 국회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의회의 명성은 사방으로 퍼져 부산, 광주, 인천, 경남 등은 물론이고 동경도의회, 이라크 국회,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주의회 등 해외 의회·단체들도 눈을 크게 뜨고 줄줄이 서울시의회로 모여들고 있는데 방문목적은 의심할 여지없이 ‘보고 배우려’는 것이다.


의원외교, 의정국제경쟁력 높여


서울시의회는 자매도시 의회와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안목을 넓히고 선진도시의 경영우수사례를 비교 연구해 의정활동의 질을 높여오고 있다.
2002년부터 매년 3~4회씩 30여명 의원이 동경도, 북경, 앙카라, 울란바토르, 아스타나, 타이베이, 하노이, 자카르타, 뉴사우스웨일즈 등 9개의 자매의회를 상호 방문해 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미주, 유럽, 아프리카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지방의원의 상호교류에 대해 ‘관광성 외유’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연 1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현지 유력자들인 자매시의원들과의 교류는 서울시를 홍보하고 민간기업의 해외진출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눈에 띄지 않는 많은 효과가 있어 무턱대고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향후 활발한 의원외교가 기대된다.


시민의견 수렴해 의정활동 지표로


시의회는 시민의견을 널리 수렴해 의정활동의 지표로 활용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의회’를 지향하고 있다.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청소년과 학부모를 의회에 초청, 의장선거와 시정질문, 안건처리하는 절차를 실연하게 하고, 시민단체의 모의의회 개최를 돕는 한편 시민들의 의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주요현안과 정책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의원 1명당 6명씩 400명이 넘는 의정모니터 요원이 시책사업과 생활주변 문제점을 파악해 의회에 전달하게 하는 의정모니터제 운영과 쟁점 사안이나 각종사업, 조례심의 전후에 전화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실시는 의회가 지향하는 열린의회의 주요 수단이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


인·터·뷰 임 동 규 의장
“수도이전 막아 낸 것에 보람”


임동규 의장
3선의원으로 6대 전반기 보궐선거를 통해 의장직에 오른후 후반기 의장까지 역임한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임기중 많은 일을 해냈다.
지방의회의 숙원사업인 의원유급제를 후배들에게 선사했고,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연구실을 설치하는 산파역을 감당해 내기도 했다.
임동규 의장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수도이전에 반대하며 단행한 삭발식 광경이다. 서울시의회의 결연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의장으로서의 체면도 내던졌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6대의회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임 의장에게 6대 서울시의회를 이끌었던 소감과 활동상을 들어보았다.
-6대 서울시의회가 얼마남지 않았다. 그동안 의회를 이끌어 온 소감이 남다를텐데 말씀해 주시죠.
△집행부도 그렇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CEO로서 서울시의회를 이끌어 오면서 경영기법을 도입해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개인의 역량이라기 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우리 의회를 사랑해 주신 덕이고 동료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해 주신 덕분이다. 하지만 마무리 안된 일도 있어 아쉬움이 있다.
-마무리 안된 사업은 무엇이 있나.
△유급보좌관제 결말을 못낸 것이 제일 아쉽다. 의원유급제와 보좌관제 중 의정활동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게 보좌관제인데 6대의회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또 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가 가져야 한다고 보는데 이 문제도 해결 못 봤다.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해 뭔가 ‘상’을 주고 싶어도 인사권이 없으니 해줄게 없어 안타까웠다. 번듯한 시의회청사 착공식을 못가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의장님은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는데 6대 서울시의회의 최대 성과로는 무얼 꼽을 것인지.
△수도이전 반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야가 합의한 것을 서울시의회가 반대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머리도 깍고 주머니돈도 꺼내 써가며 3년동안 반대운동을 계속했는데 어쨌든 수도이전은 막아냈다. 그밖에도 질 높은 의정서비스 구축을 위해 유급제를 도입한 일과 정책연구실을 설치한 것, 시정질문 일문일답제 정착시킨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된 일이다.
-6대의회는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항상 눈을 부릅뜨고 집행부를 견제해 왔고, 시민들이 바라는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쓴 소리도 계속했다. 서울시가 샛길로 가지 못하게 하고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의회의 임무이고 6대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임무를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4년동안 지켜봐 온 이명박 시장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시장은 부지런하고 추진력이 있는 인물로 생각한다. 말을 털털하게 하니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오해도 할 수 있지만 정직하고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4년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시민과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동료의원들께 한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어떤일을 하더라도 건승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 임기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데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제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으로 돌아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것이다. 국제경쟁이 치열한데 기업인으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6대 서울시의회의 성과

의정의 생산성을 높이다


6대 서울시의회는 의정활동 생산성을 높이고 수도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4년의 행보를 계속했다.
서울시의회는 전국 시·도의회의 리더로서 뜻깊은 업적을 만들어 냈다. 바로 의원유급제다.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의 허울속에서 냉가슴을 앓아 왔던 전국의 의원들에게 더 할 수 없는 큰 선물을 전해준 것인데 의원유급제는 생활고 걱정으로 의회진출을 망설였던 엘리트그룹들의 의회진출을 활짝 여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회의진행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시정질문 일문일답제를 도입해 집행부의 ‘구렁이 담넘기’ 관행을 차단했다.
종전의 ‘일괄답변제’에서는 의원들이 듣고 싶은 답변이 있어도 답변자가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일문일답제가 실시된 후부터는 질의자가 집요하게 답변을 요구하기 때문에 집행부는 좀더 긴장해야 하고 가부간에 결정되는 사안이 많아져 ‘결실있는’ 회의의 가능성이 한 층 커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책연구실 도입도 6대 서울시의회의 빠뜨릴 수 없는 성과다. 유급보좌관제가 실시되지 않아 의원 혼자의 힘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일 수 없는 현실에서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해 온 정책연구실은 서울시의회의 위상을 끌어올린 숨은 공로자가 아닐 수 없다.
객관적인 성과와는 성격을 달리하지만 6대 시의회 최대 발자취는 단연 수도이전, 수도분할 반대운동이다. 시의회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의장의 체면유지를 포기하는 삭발까지 해 가면서 3년간 지속돼 온 서울시의회의 ‘투쟁’은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 내용은 서울시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이다.
수도가 이전돼 서울의 인구가 대폭 축소되면 시민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해칠 것이라는 시민 일반의 우려에 대해 시의회가 총대를 멘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서울시민들은 수도이전 반대를 계속해 온 정치세력에게 3주전 몰표를 주었다.
文明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