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
승부의 세계
  • 시정일보
  • 승인 2003.12.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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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인센티브 사업이 자치구의 희비를 갈라놓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의 경영마인드를 도입해 행정에 역동성을 불어 넣고자 했던 인센티브 사업의 평가결과가 나오면서 수상구의 환호와 탈락구의 낙담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인센티브 사업중 하나인 ‘깨끗한 서울가꾸기’의 구별 성적표를 발표하고 청소실적에 따라 1등 최우수 1개구에 3억원, 2등 우수 2개구에 2억원씩, 3등 장려 8개구에 1억원씩을 지급했다.
평가 결과가 나오자 자치구의 반응은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었다.
먼저 이번 평가에서 타구를 압도하는 성적으로 ‘우승트로피’와 포상금을 거머 쥔 구로구는 구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환호성을 터트리며 우승 자축 현수막을 내거는 등 축제분위기를 만끽했다.
하지만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14개구중 하나인 은평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은평구는 그동안 ‘우리동네 골목청소는 우리 손으로’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달에 3번씩 구청장이 직접 청소현장을 지휘해 왔고, 특히 금년 7월 이후부터는 주민들로 ‘골목가꾸미 봉사단’을 구성해 골목청소에 박차를 가해왔다.
놀랍도록 깨끗해진 구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구 관계자는 ‘입상’을 장담했으나 결과는 우리가 아는대로 ‘공동 4위’였으니 그 실망감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이 간다.
관계부서는 적막감에 휩싸였고 담당공무원 한 사람은 이틀동안이나 몸져 누웠다고 하니 승부욕 강한 우리민족인데 은평구 관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서울시의 인센티브 사업은 자치구의 구정에 순위를 매겨 상금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정을 ‘승부의 세계’로 만들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에 따른 명암은 피할 수 없는데 서울시가 앞으로 인센티브 사업을 계속하는한 매년 하반기 성적표 공개시기가 되면 ‘환호와 눈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문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