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그 적들
지방자치와 그 적들
  • 시정일보
  • 승인 2006.07.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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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

# 사례 1.
서울 동북지역의 S구의회. 이 곳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어야했다. 지난 10일 상임위원장으로 당선된 Y의원이 하루 만에 위원장직을 사임했기 때문이다. 액면 그대로의 사직이유는 ‘일신상의 이유’이다. 그러나 속내는 조금 복잡해진다. Y의원이 소속한 정당의 지구당에서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사퇴를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개인사정에 따라 그 직을 사임할 수도 있지만 지구당에서 ‘당론’을 내세워 선출된 상임위원장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 당은 개혁과 민주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내세우는 정당이다. 결국 의회는 19일 임시회에서 14:1로 B의원을 새 상임위원장으로 앉혔다.
그 옆 K구의회는 임기가 시작된 지 20일이나 됐지만 아직 원구성도 못하고 있다. 의장선출 과정에 지구당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 결과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이 곳은 원 구성을 하지 못한 자치구의회로 남았다.
# 사례 2
서울의 J구는 7월4일 인사를 단행했다. 구청장이 당선된 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곳의 인사내용은 구와 동 근무자의 교환이었다. 구청의 주요부서에서 근무했던 과장은 모두 동사무소로 발령났다. 반면 ‘한직’으로 여겨지던 동장들은 주요 포스트로 자리를 바꿨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구청장이 파란색인줄 알았는데 옷을 벗겨보니까 노랗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이는 “소속정당이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서울 자치구청장을 휩쓴 정당 소속이다.
특히 전임 구청장 시절 사무관 승진예정이던 모씨는 행정관리국 근무로 대기 발령됐다. 이 사람은 청소행정과장 직무대리까지 했다. 불과 여섯 달 만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내려온 셈이다. 직업공무원의 위기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5년(또는 11년)이 됐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지방자치가 제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보면 과연 그런 평가가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지방정치에 개입하는 지구당,그리고 ‘구청장의 입맛대로’인 원칙 없어 보이는 인사는 결국 지방정치를 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