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봉인가?
국민이 봉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06.08.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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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銀英 기자 apple@sijung.co.kr


하늘이 뚫린 듯이 비가 쏟아지던 7월 장마 끝.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흙더미가 되어 버린 보금자리에서 넋을 잃은 수재민들만이 남았다. 이들 수재민들은 그러나 수마에 빼앗긴 가족들을 슬퍼하고 한탄할 겨를도 없이 토사를 퍼 내고 가재도구를 씻고 정리해 그 전 주거지의 모습을 찾기에 안간힘을 쓴다. 여기에 도움의 손길을 하나 둘씩 보내는 이들이 있다. 수해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축대를 쌓고, 오물을 씻고, 벼 세우기를 하는 이들은 작게는 100만원에서 수 천만원 대에 달하는 구호물품도 잊지 않았다. 쌀, 라면, 부탄가스, 의류, 물, 장판, 벽지, 이불, 치약칫솔 등 당장 목숨연명과 관계되는 생필품 외에도 삽 100개, 리어카 2대, 마대자루 200개 등등의 복구작업 도구들도 수재민들에게 도착하고 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들도 구 직원, 구의회 의원, 사무국 직원들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복구작업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휴일을 이용하거나 하루 짬을 내 모금한 성금으로 구입한 구호물품들을 챙겨 강원도 수해복구 현장에 앞 다투어 다녀오고 있다.
이렇듯 온 국민이 나선 수해 끝 일제히 시작된 구호의 손길, 여기에 방송매체를 통한 사랑의 모금운동도 시작되었다. 방송은 화면 한 켠에 계속해서 적립되는 지원성금 액수를 표기한다. 쉬지 않고 올라가는 모금액은 한 통화 당 2000원의 성금이 적립되는 전화를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려는 국민들의 마음이 고맙고도 애달픈 순간이다.
그런데 이 시간, 정부는 어디 있는가? 왜 해마다 난리를 겪을 때면 성금모금에만 혈안이 되는가. 그것도 같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나오기를 수 해 거듭하는데도 국민의 온정을 호소하는 뒷북만 쳐대는가 말이다.
이번 수해지들 중에는 주민들이 물난리를 이미 예견한 곳이 많아 인재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스키장 펜션 골프장 등 각종 관광위락시설로 녹색담을 갉아먹은 강원도가 그렇고 안양천 둑이 무너진 양평동 일대가 그렇다.
인재에 무대책으로 버티는 정부의 태도는 연말이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멀쩡한 도로를 깨부수고 다시 까는 데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행태와 오버랩되어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방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당국의 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