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가진 지도자는 대중이 따르지 않는다
사심 가진 지도자는 대중이 따르지 않는다
  • 시정일보
  • 승인 2006.08.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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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춘 기 논설위원


1975년 서거한 저명한 영국의 사학자 토인비(Arnda J. Toynbee)는 그의 독창적인 ‘도전(挑戰)과 응전(應戰)’ 이론에 의해 하나의 문명이 중단 없이 계속 발전하려면 끊임없는 주위의 도전에 대해 성공적으로 응전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도전에 대한 효과적인 응전에 실패하면 그 문명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도전은 문명 외부의 자연환경-가뭄이나 홍수 등에서 오기도 하고 다른 문명의 침략일 수도 있지만 그 문명 자체 내에서 만들어내는 내부적 도전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문명의 존속은 무엇보다도 내적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에 달려 있는 것이다.
토인비는 문명에 대한 도전이 닥칠 때 응전을 지휘하여 대중을 이끌고 성공에 이르는 힘을 그 사회의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창조적 소수자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파레토(V.Pareto)가 주장하는 ‘정치성 엘리트’와 비슷한 개념을 가질 수 있다. 파레토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 엘리트만이 아니고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학자, 종교인, 변호사 등의 지식인과 기업인을 모두 정치성 엘리트로 자칭하고 있다.
주로 소수에 불과하지만 창조적 소수자가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어 응전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선도(先導)하는 것이다. 창조적 소수자와 대중이 상호 미네시스(minesis)-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통해 화합하고 조화를 이룰 때 안팎의 도전에 대한 응전에서 성공을 거두고 문명을 계속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서 미네시스란 대중이 교육 등의 사회적 제도를 통하여 무의식적으로 창조적 소수자를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가 부패하고 부조리와 모순이 만인하여 파행(跛行)상태가 지속될 때 바람직한 사회의 실현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 내적 도전에 대한 응전은 내실 있는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 개혁을 주로 하는 기수로서 ‘창조적 소수자’는 어떤 자질을 구비해야 되는가. 창조적 소수자는 개혁에 대해 높은 이상과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무장돼야 한다.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 개혁정신에 동조하는 광범위한 세력을 규합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지도층이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개혁을 주도하는 창조적 엘리트들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사심(私心)을 가지면 안 된다.
창조적 소수자는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와 결단력을 구비해야 한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임무에 대해 확고한 사명감으로 뒷받침될 때 제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개혁에는 항상 개혁으로 피해를 보는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저항 세력은 기존체제하에서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득권을 축소하고 현상을 변화시키는 개혁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들의 완강한 저항을 극복하고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일처리에 맺고 끊는 강한 결단력이 요구된다. 지도자가 매사에 우유부단(優柔不斷)하면 대업을 이루기 어렵고 반대 세력의 역공을 받아 개혁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위선이 없는 투명한 행동거지, 깊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판단력, 합리적인 사고와 넓은 아량(雅量), 반대자를 끌어안는 포용력, 최선을 찾아내는 지혜, 어려움을 이겨내는 신념과 용기, 넓은 시야로 조망할 수 있는 역사의식 등 민주 사회의 개혁 지도자가 구비해야 할 중요한 덕목들이다.
공익을 담당하는 모든 공직자가 자신을 질책하며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깨끗하고 좋은 정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