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린 공무원
‘입’ 열린 공무원
  • 시정일보
  • 승인 2004.03.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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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탄핵정국이 공무원들의 입을 열었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공무원들에 준 충격은 국민들에게 준 충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나 보다.
12일 탄핵을 지켜본 많은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탄핵정국 자체를 개탄했고 한 공무원은 “야만스런 이 나라에서 살 맛이 안 난다”며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심경을 쏟아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별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런식으로 탄핵한다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 해 먹겠나”며 노대통령에 대한 동정쪽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탄핵반대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공무원은 “전날 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조금만 몸을 낮추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탄핵은 전적으로 노대통령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서울시의회 한 의원은 “노대통령이 탄핵되면 행정수도 이전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며 탄핵 찬성의 뜻을 비췄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법에 명시된 엄격한 룰이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 공연히 입을 열다가 나중에 화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체질적으로 입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탄핵정국에 대해 별 예외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속내를 쏟아내는 걸 보면 그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컷던지를 짐작케 한다.
이번 탄핵정국은 공무원들에게 자신도 정치적 입장을 가진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대형사건이었다.
예전처럼 입조심을 하는 공무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