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公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 公約을 위해서는
  • 시정일보
  • 승인 2006.10.26 14:02
  • 댓글 0

최 광 희 편집위원
민선4기 지방자치단체들의 출범 100일이 지났다. 1995년 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면서 본격화된 지방자치제는 이제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수준이다.
특히 지역 발전문제를 놓고 20년 가까이 씨름해온 사람이 볼 때 지금쯤이면 시장·군수들의 공약이 성사될지 안 될지 내부적으로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다.
전국 230명의 자치단체장이 많은 공약을 내놓고 당선됐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분이 시간이 흐르면서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다. 막상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지방재정이나 인프라가 턱없이 빈약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자립도는 5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5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자체 세수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151개나 된다. 열 곳 가운데 여섯 곳 꼴이다.
재정자립도가 50%대 초반이면 시장·군수가 아무리 야심 찬 개발계획을 세우더라도 실행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들이 기를 쓰고 중앙정부로부터 광역시로부터 예산을 따와야 하는데 이는 비리나 의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현실이다.
아울러 지방단체장들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유로 꼽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당시의 지방분권 의지를 10점으로 봤을 때 현재는 6.2점이라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사이의 권한배분 정도는 중간(10점 만점에 5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은 ‘중간’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과정에 놓인 장애요인으로는 ‘지방정부의 의견수렴 부족’과 ‘지방분권사업 내용 축소·변질’도 많이 꼽고 있다.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지방분권 추진 주체인 각종 위원회가 중앙공무원 위주로 구성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방법이 없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지방자치제를 시행해온 외국의 경우 민간기업의 주도 아래 지방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소피아 앙티폴리스시는 공공부분과 민간부분이 역할부담을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달성해낸 모범사례다. 공공부문은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을 끌어들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다시 도시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재투자됐다. 그 결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포도 관광지에 불과했던 이 도시는 현재 IBM, 에어프랑스 같은 세계유수의 기업 1200개가 입주한 유럽 최고의 연구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건은 민간기업의 능동적 참여라고 본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개발에 필요한 민간자본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금을 확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보증을 활성화하는 것도 생각할 문제다.
이와 함께 벌써 십 수년째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규제완화를 더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못지않게 자치단체의 재정독립과 분권을 위해 ‘국세 일부 지방소비세로 전환’과 ‘지방교부세 법정교부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수도권 위주의 불균형 발전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도 이뤄내기 어렵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개발 공약이 난무했다가 흐지부지 자취를 감추는 일이 관행처럼 되다시피 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서로 양보와 이해 속에서 지역발전의 균형을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