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다섯가지 자동차 번호판
혼란스런 다섯가지 자동차 번호판
  • 시정일보
  • 승인 2006.10.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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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 chsch7@sijung.co.kr


오는 11월1일부터 새 번호판을 부착한 자동차들이 거리에 등장하면 기존의 구형번호판을 부착한 차량과 지역표시 번호판과 시·도 구분을 없앤 번호판, 이번에 새로 부착하는 유럽형번호판 두 종류 등 다섯 종류를 부착한 차량이 한꺼번에 거리를 질주하게 된다.
자동차 번호판이 훌륭한 예술작품이나 최첨단 제품도 아니고 식별하기 용이하며 실용성과 디자인만 갖추면 되는데 이같은 자동차 번호판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다섯가지 종류가 한꺼번에 거리를 질주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혼란과 함께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건설교통부는 자가용의 경우 11월부터 기존 번호판보다 길고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된 유럽형을 신규등록 차량에 부착한다고 밝혔다. 건교부가 밝힌 새로운 번호판의 규격은 가로 52㎝, 세로 11㎝로 기존의 번호판보다 가로는 20㎝ 더 길고 세로는 5㎝ 짧아 옆으로 길다란 모양이다. 앞뒤 범퍼부분에 새 번호판 부착 규격을 미처 갖추지 못하고 생산 중인 차량은 가로 33.5㎝, 세로 15.5㎝짜리의 유럽형 번호판을 부착한다고 한다.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자동차 번호판에 지역표시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굳이 이를 없애야만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번호판은 가로로 길쭉해 번호판을 부착할 범퍼 규격의 설계를 바꾸지 않는 한 부착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지난 2004년 1월 이후 번호판을 세 차례나 바꾼 건교부의 엉터리 탁상행정의 표본이 아닌가 싶다. 정부 관리들에게야 이런 탁상행정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나 다양한 번호판에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으며 자동차업계는 이에 맞춰 설계까지 변경해야 하기에 국가적 낭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다양한 자동차 번호판을 부착한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는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번호판 문제는 지난해 대표적 행정실패 사례로 정부 안팎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 착오가 또 일어난데 대해서는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예산낭비와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해 혼란을 거듭 야기한 관계자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