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위기에 빠진 다문화 모녀에 ‘구원의 징검다리’
시정일보/ 위기에 빠진 다문화 모녀에 ‘구원의 징검다리’
  • 주현태
  • 승인 2018.01.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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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김경희 통합사례관리사

한국인 남편과 이혼 후 어린딸과 생활고
월세 못내 보증금 날리고 건강도 나빠져

용산복지재단, 적십자, 초록우산 등 연계
주거, 건강, 자녀교육, 취업 ‘토털 지원’

‘고마운 용산구청 닮은 케이크’ 깜짝 선물

송혜영 희망복지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주원 전 희망복지팀장(왼쪽에서 세번째)이 김경희 통합사례관리사(오른쪽에서 네번째)를 비롯한 희망복지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혜영 희망복지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주원 전 희망복지팀장(왼쪽에서 세번째)이 김경희 통합사례관리사(오른쪽에서 네번째)를 비롯한 희망복지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정일보]한 공무원의 따뜻한 손길이 용산구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인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용산구청사 모양을 본뜬 케이크가 용산구청 희망복지 지원팀에 도착했다.

그 주인공은 용산구청 김경희 통합사례관리사다. 김 관리사는 평소 동료들에게 어려운 주민들의 닫힌 마음을 끊임없는 소통으로 열어주는 일명 ‘마스터키’로 불리고 있다.

김 관리사는 얼마 전 용산구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 이제니(가명ㆍ41, 여) 씨 가정에 방문했다.

김 주무관은 “이 씨는 서툰 한국말로, 경계를 하는 눈빛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누구도 의지할 곳이 없는 이 사람을 있는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씨는 최근 한국인 남편과 이혼을 겪고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딸 진달래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이 씨는 서툴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말을 통해 러시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의 일을 시작했지만, 러시아 관광객들의 수가 적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후 바느질, 꽃장식 등 여러 가지 일을 시도했다.

하지만 적은 임금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모두 날렸고, 힘든 노동과정 속에서 이가 다 빠져서 치과 진료가 필요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방치한 상태였다.

김 관리사는 “맨 처음 이제니를 봤을 때, 이가 다 빠져있는 것을 보고 같은 여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당시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제니 씨가 만들어 보내온 ‘용산구청 케이크’.
이제니 씨가 만들어 보내온 ‘용산구청 케이크’.

 

 

이에 이 사연을 접한 용산구 희망복지팀은 김경희 관리사를 통해 맞춤형 통합사례관리에 나섰다.

먼저 김경희 관리사는 단기적으로 이제니 씨의 치과 진료와 주거보증금을 용산구 대한적십자와 연계해 마련했으며 집주인과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또한 김 관리사는 △용산복지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드림트리빌리지 등 여러 유관기관을 연계시켜 겨울옷과 같은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소액, 딸 학습비 후원금, PC, 가수를 꿈꾸는 딸 진달래를 위한 예술 특기 교육을 제공했다.

“스스로의 상황을 해결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외부 연계하는 곳을 찾아내 도움을 줘야 한다”고 팀원들에게 강조한 이주원 전 희망복지팀장은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정보지식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보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나 다문화인들에게는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하나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1월1일자로 발령이 돼 김경희 관리사를 비롯한 희망복지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씨는 치과 치료를 마무리 한 후 제작된 틀니를 사용함으로써 최근에는 마스크가 없이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됐으며 용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제빵사 직업교육을 배우게 됐다.

김경희 관리사는 “구청 도움으로 생활이 나아졌고, 과거에는 한국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이제니 씨한테 들었을 때 너무나 행복했다”며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가정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뛰어 다니겠다”고 말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송혜영 희망복지팀장은 “희망복지팀은 경제적ㆍ정신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인 가구에게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통합사례관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멋진 팀원들과 아름다운 사례가 많은 용산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