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공직자는 한마디의 말도 신중을 기해야
시청앞/ 공직자는 한마디의 말도 신중을 기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01.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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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백성의 윗사람 된 자의 한마디 말이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가 아랫사람들이 듣고 살피게 마련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읍으로, 또 읍에서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가 길마다 깔리게 마련이다. 군자는 집에 머물러 있어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벼슬살이에 있어서는 더하다는 의미다. 周易(주역)에 이르기를 ‘군자가 집안에서 하는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따르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

 또 그 하는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어길 것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라고 했다. 또한 詩經(시경)에 이르기를 ‘뜻밖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경계해 말을 삼가서 하라’했으니 백성의 웃사람 된 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包拯(포증)이 京尹(경윤)이 됐는데 말과 웃음이 적으니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천년에나 한 번씩 맑아진다고 하는 황하에 비유했다.

呂本中(여본중)이 童蒙訓(동몽훈)에 이르기를 ‘벼슬에 임하는 자는 무엇보다 격렬하게 성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형벌을 주는 권한이 수령에게 있으므로 명령만 하면 누구나 순종할 것인즉 격하게 분노한 마음으로 형벌을 내리면 온당치 못한 처사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대체로 심한 분노는 병이 되므로 평소에 怒則因(노즉인) 세글자를 좌우명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이것은 성이 나거든 그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말고 억제해 마음에 가두어 두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흐른 후에 분노가 가라앉으면 마음을 가다듬어 처리하면 큰 과오는 저지르지 않게 된다는 교훈이다.

작금에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파장을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치닫고 있다. 파동의 진원지는 법무부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의 부작용을 거론한 뒤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가상화폐 시장은 벌집을 쑤신 듯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30여%나 급락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거래소 폐쇄 반대 청원이 쏟아졌다. 장관을 해임하라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의 부인으로 가상화폐 가격은 회복됐지만 정부 신뢰엔 큰 상처를 입었다. 오락가락 대책으로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어떤 이유에서건 장관이 한 말을 뒤집으면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할 뿐 아니라 공직 사회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행정부처의 최종책임자인 장관들이 식언을 일삼는 존재로 망신당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하며 공직자는 한마디의 말도 일파만파로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