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년인사회인지, 서울시장 경선장인지
기자수첩/ 신년인사회인지, 서울시장 경선장인지
  • 주현태
  • 승인 2018.02.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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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달 지역잔치인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신년인사회는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장과 각 지역 국회의원, 주민들이 모여 새해 계획을 발표하고 소통하는 자리다. 새해 첫인사와 함께 갖가지 공연 등도 펼쳐져 소소한 재미도 있는 자리이다.

서울시 자치구들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20명의 구청장이 있는 자치구의 경우, 신년인사회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장으로 변질됐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박영선, 민병두, 전현희 국회의원이 12월15일을 기점으로 공직선거법의 제약을 피해 자치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얼굴을 알린 것이다.

지난 1월11일에 있었던 마포구 신년인사회에서는 구청장, 구의회 의장, 국회의원, 서울시장, 시장 출마자 3명 모두가 민주당 소속이었다. 행사 도중 한 주민이 “구청 신년인사회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행사가 아니다”라며 “주민들과 덕담이 오가는 자리에 당내 행사를 당장 멈춰라”고 외치는 소란이 일어났다. 또한 이날 민병두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할 때 한 내빈이 “박영선! 박영선!”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신년인사회가 주민들과 인사를 하는 자리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경선장으로 변해 많은 주민이 불쾌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국회의원들끼리 서로를 견제하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건이었다.

지난 4일 강동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강동구의회 조용구 의원은 “민주당원들만 모인 자리도 아닌데,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 예정자들에게 마이크를 주고 인사말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고 구청장이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구청장에게 사전에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자들의 인사말은 강행됐고 조 의원이 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 의원은 “2000명의 주민이 참석한 신년인사회의 내빈 축사에서 민주당 출마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야당 위원장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법적인 제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발이라는 조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유관기관 그리고 주민들이 참석하는 신년인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어 신년인사회가 정치적인 행사로 변질되지 않고 주민들과 한해를 시작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