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안전 대한민국은 구호만으로는 결코 지켜질 수 없어
시정일보 사설/ 안전 대한민국은 구호만으로는 결코 지켜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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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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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최악의 참사라고 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더 큰 인명피해의 참사가 발생해 국민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뇌질환 전문 병원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불길과 함께 연기가 6층 건물의 위쪽으로 급속히 번지는 바람에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해 39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은 면밀히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셀프 소방점검, 스티로폼 내장재, 방연 차단시설 부재 등 제천참사와 거의 동일한 소방 문제점을 노출하며 참사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참담하기 그지없다.

특히 이번 화재의 사망자 대다수는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되고 있어 다중이용시설에 필수적인 방화구획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방 당국이 사망자 가운데 화상 희생자는 없다고 한 설명과도 같은 대목이다.

이는 곧 방재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 생각된다. 과거 화재 참사 때도 방재대책 부재가 지적됐지만 사고 당시만 냄비 끓듯 요란했을 뿐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게 이번 화재로 확인된 셈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세종병원에는 바닥 면적이 기준 미달이란 이유로 아예 스프링클러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더 큰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 장소만 계속 바뀔 뿐 판박이 수준의 대처와 경고, 매너리즘에 빠진 마무리 과정은 사고 당시 당장 뜯어고칠 듯 요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바뀐 게 없지 않나 생각된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일 계속되는 참사에 국민들은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으며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참사는 안전 대한민국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구호만으로는 결코 지켜질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 각종 사고에서 이미 드러났듯 관련법과 제도, 운영 및 관리감독의 실상, 안전 점검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누적돼 있는 안전 불감증을 하루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말로만이 아닌 관련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다중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 등 잇따른 대형 화재 참사를 막거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 등 재난·재해 대응체계와 안전망을 새롭게 구축해 보다 근본적인 재난대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