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패트롤/ 내가 있는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패트롤/ 내가 있는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 박찬호 서울 동작소방서 서장
  • 승인 2018.02.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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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서울 동작소방서 서장

[시정일보]우리는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에서 많은 인명피해로 큰 아픔을 겪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되어 재난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졌는데도 그에 대응하는 비상 시 대처요령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내가 있는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불이야~”를 크게 외치고 비상벨을 눌러 이웃과 주위 사람들에게 비상상황을 전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되 어려울 시는 즉시 대피한다.

둘째, 화재연기로 인한 질식을 방지하기 위해 젖은 손수건, 옷을 이용하여 코와 입을 막는다. 물에 젖은 섬유는 연기입자를 조금 더 세밀하게 차단해 줄 수 있고 고온의 연기를 들이마셔 기도에 화상을 입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 피난에 훨씬 도움이 된다. 주위에 수건으로 쓸 만한 것이 없고 물이 없다면 옷소매에 침을 뱉어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셋째, 자세를 허리 이하로 최대한 낮추고 벽을 짚으면서 이동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무릎과 손을 이용하여 기어가는 것도 시야 확보와 상대적으로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실 수 있는 방법이다. 뜨거운 연기는 보통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상승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이 때문에 연기가 천장에서부터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므로 화재 초기에는 자세를 무릎정도까지 낮추면 호흡을 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또한 농연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수가 있어 벽을 짚으면서 비상구까지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넷째, 피난 시에는 엘리베이터를 삼가고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외부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고 뜨거워진 공기는 상승하면서 엘리베이터 통로에 연기가 들어차면 굴뚝과 같이 되는데 이를 ‘연돌효과’ 또는 ‘굴뚝효과’라고도 한다. 또한 운행 중 정전으로 멈추어 버리거나 화재발생 층에 멈춰서 열릴 우려가 있으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다면 먼저 베란다에 가서 화재가 난 층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방송시설이 있다면 방송을 잘 들어 발화 위치를 정확히 판단한 후 대피해야 한다. 대개는 1층(지상층)으로 대피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바로 아래층에서 화재가 났다면 열기와 연기 때문에 내려가기가 힘들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옥상으로 대피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해당 건물 옥상 출입문이 잠겼을 경우 대피가 곤란하기 때문에 옥상을 대피지로 선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또한 공동주택(아파트 등) 3개 층 이상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섣불리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연기가 새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젖은 수건으로 최대한 막고 연소 확대될 만한 물체(커텐 등)에 물을 뿌린 뒤, 화재가 난 방향 다른 편의 창문을 열고 구조를 청하거나 휴대전화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밖에 있는 사람이 인식하기 쉽도록 안전하고 가벼운 물건을 던져 자신이 있는 위치(층수)를 알리는 방법도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피난 요령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일지라도 반드시 구조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창밖으로 뛰어내리거나 불길이 있는데도 함부로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재난에 있어서는 다른 왕도가 없다.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단 발생하면 평소 익힌 것을 침착히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완강기, 피난로프, 피난 사다리 등 유사시, 이용할 수 있는 피난시설의 위치와 사용법을 잘 숙지하고 낯선 건물에 들어갈 때는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좋은 습관이 더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