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강습 재능기부 통해 ‘평등한 소통법’ 가르쳐
검도강습 재능기부 통해 ‘평등한 소통법’ 가르쳐
  • 주현태
  • 승인 2018.03.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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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검도(무도) 동아리 ‘용검회’
2006년 창단, 회원 20명 알토란 운영...훈련시간만큼은 직급 상관없이 소통
무도 배우며 예절·응대 등 공무원이 갖춰야 할 자세 절로 새겨져
저소득 주민들 위해 재능기부 강습...십시일반 정성모아 봉사활동도 준비
강승한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회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용검회 회원들은 매주 월, 금요일 오후 6시30분에 오며 검도연습을 한다.
강승한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회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용검회 회원들은 매주 월, 금요일 오후 6시30분에 오며 검도연습을 한다.

[시정일보]강승한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회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용검회 회원들은 매주 월ㆍ금요일 오후 6시30분에 모여 검도 연습을 한다.

장비를 장착한 용검회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대련하고 있다. 용검회는 각종 검도대회에 출전해 발군의 기량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많은 공무원들이 퇴근하기 분주할 시간에 용산구청 지하2층 다목적 강당에서는 큰 기합소리가 울렸다.

다목적 강당으로 들어서자, 죽도를 든 15명의 공무원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머리 머리” 외치며 겨루기에 한창이다.

용산구청 검도 동아리인 ‘용검회’는 지난 2006년 뜻이 맞는 공무원들이 모이면서 창단돼, 시무식, 직장 동아리 대회 등 구청 행사에서 실력을 뽐내는 용산구청 대표 ‘무도’동아리이다.

현재 20명의 직원들이 소속돼 있고, 매주 월ㆍ금요일 6시30분에 모여 검도 연습을 한다.

용검회 회장인 보건위생과 보건행정팀 강승한 주무관은 “‘검도’는 스포츠가 아닌 무도로서 열정도 중요하겠지만 정신수양이 우선시된다”며 “공무원으로서 예절, 응대, 굳건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데 검도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용검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거리는 회원들이 용산구청 직원들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는 용산구청 공무원으로만 시작했으나, 60만원이나 되는 비싼 장비(죽도, 도복, 호구 등)와 1달에 10만원이나 되는 관비로 인해 검도를 배우고자 하는 주민들이 포기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회원들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펼치기로 했다.

이에 회원들은 검도를 배우기 희망하는 소년가장인 공상석(가명ㆍ21살) 학생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무료로 장비를 빌려줬다.

장비를 장착한 용검회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대련하고 있다. 용검회는 각종 검도대회에 출전해 발군의 기량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장비를 장착한 용검회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대련하고 있다. 용검회는 각종 검도대회에 출전해 발군의 기량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제공 용검회

 

강승한 회장은 “사실 재능기부를 펼치면서도 민ㆍ관이 함께하는 활동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선필 학생이 궁금해 하는 행정 정보를 알려주고, 주민이 생각했을 때 이 행정은 어떤지 묻기도 하며 소통을 나눴다”며 “민과 관이 함께 소통을 펼친다는 것이 막연하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후 8시 훈련이 끝난 후 땀으로 도복을 적신 회원들은 두런두런 모여 앉아 연휴로 인해 미뤄놨던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9급 신입공무원부터 5급 베테랑 공무원까지 다양한 직급 공무원들이 직책을 떠나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도는 보통 운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보수적인 무도로 알려져 있으나, 용검회원들은 선ㆍ후배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여념이 없었다.

또한 후배 공무원이 허울 없이 선배 공무원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모습을 통해 이들의 화합력을 알 수 있었다.

“용검회원들이 목도를 쥐는 모습을 보면, 어렸을 적 나뭇가지를 주워서 접했던 순수했던 ‘칼싸움’이 떠오르곤 한다”고 밝힌 강승한 회장은 “용검회원들이 검도 훈련을 하는 순간만큼은 직책과 지위를 떠나 순수한 무도인으로 변모한다”며 “직책을 떠나서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한편 용검회원들은 용산구를 대표해 검도 전문가들로 가득한 서울컵종별검도대회, 회장기종별검도선수권대회, 서울시 대회인 노장부 등에 참가했으며, 이중 ‘노장부’에서 3위의 실적을 세우는 쾌거를 이뤘다.

용검회 총무직을 맡고 있는 노정하 홍보팀장은 “용검회는 차후 소액의 돈을 주기적으로 모아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발굴하고 작은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직책을 떠난 소통의 장, 민ㆍ관의 소통의 장으로서, ‘용검회’는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검도를 배우고자하는 직원과 주민들은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