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독립공원 급식소 이전 ‘곤혹’
서대문구, 독립공원 급식소 이전 ‘곤혹’
  • 시정일보
  • 승인 2004.03.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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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독립공원 성지, 노숙자 들끓어…장소이전 타협안돼 난항


서대문구가 독립공원내 무료급식소(컨테이너 박스) 이전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다.
10년 넘게 독립공원 한켠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끼를 제공해 온 김종은씨의 선행을 강제로 중단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무료급식소 이전을 추진하는 서대문구의 입장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수년간 공들여 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성역화 작업이 무료급식을 받으로 오는 노숙자들에게 ‘점거’당해 독립공원을 찾는 내·외 관광객의 눈총을 받고 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또하나 노숙자들이 24시간 상주하며 과도한 음주로 몸을 휘청거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자 정작 주민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두운 범죄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숨결이 살아 있는 성지로 바꿔 서대문구의 이미지를 높이고 구민들의 자부심을 높인다는 구의 행정목표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쯤되니 구로서는 부득이 급식소 이전에 눈을 돌리게 됐고 작년초 ‘빈자의 친구’ 김종은씨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무료급식소 이전문제는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구가 김종은씨에게 무료급식소 이전양해를 구하면서 설명한 근거는 2003년 1월의 서울시 ‘무료급식사업 운영지침’인데 지침의 주요 내용중 하나가 ‘실외 및 노상에서 급식하는 단체지원은 가급적 지양’하라는 것으로, 김종은씨는 이를 구가 서울시의 지침을 이용해 자신의 선행을 강제로 중단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하게 된 것 같다.
독립공원을 구민에게 돌려주려는 구의 입장과 나랏님도 못한다는 빈민구제를 10년 넘게 해 온 훌륭한 뜻도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한데 문제는 이전장소를 찾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급식소가 이전되는 장소 인근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구가 감당하기도 힘들고, 외진곳으로 이전하면 무료급식자들이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구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구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대안은 관내 무료급식시설과 또는 인근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 등인데 김종은씨는 “남의집 더부살이로 눈칫밥 먹기는 싫다”는 입장이어서 급식소 이전 문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빈자들의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가 꼭 독립공원안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10년 넘게 고생해온 김씨의 자부심도 있는 만큼 양자가 원만한 타협점을 찾길 기대해 본다.
文明惠 기자 myong5114@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