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아야
시청앞/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04.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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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君子防未然(군자방지연) 不處嫌疑問(부처혐의문),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이 말은 문선(文選) 악부(樂府)·고사(古辭) 4수 중 군자행(君子行)에 나온 말로써 ‘군자는 미리 방지하여 혐의 받을 염려가 되는 곳에 있지 말 것이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오이가 익은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고 있으면 마치 오이를 따는 것같이 보이고, 오얏이 익은 나무 아래서 손을 들어 관을 고쳐 쓰려고 하면 오얏을 따는 것같이 보이니 남에게 의심받을 짓은 삼가라는 뜻이다.

烈女傳(열녀전)에 ‘전국시대에 齊(제)나라는 威王(위왕)이 즉위한 지 9년이 되도록 나라가 편안하지 않았다. 그것은 못된 신하 周破胡(주파호)에 의해 국정이 휘둘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궁인 虞姬(우희)가 주파호의 횡포와 음흉함을 왕에게 호소했다. “주파호는 뱃장이 검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등용하지 않음이 옳습니다. 대신에 北郭先生(북곽선생)이라는 현명하고 덕망이 있는 분을 부르십시오.” 이것을 안 주파호가 거꾸로 우희와 북곽선생이 내통하는 사이라고 모함했다. 왕은 우희를 9층 누각에 감금하고 직접 심문했다. 우희는 “저에게 죄가 있다면 첫째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관을 바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평소에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우희는 자신의 불찰을 사죄하고 주파호의 비위를 예를 들어가면서 호소했다. 우희의 말을 들은 왕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는 듯함을 느꼈다. 왕은 그녀의 유폐를 풀고 간신 주파호를 삶아 죽였다. 그리고 정사를 바로잡아 제나라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작금에 금융감독원장과 관련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말 그대로 漸入佳境(점입가경)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순방 문제는 지난 1991년 13대 국회 상공위 뇌물 외유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여야 의원 3명은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했고,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처벌 받았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 3077만원으로 여비서까지 대동하고 미국과 유럽 등을 다녀오는 등 3차례 외부 지원으로 외유를 다녀왔다. 또 출장 6개월 전에는 피감기관인 KIEP의 예산 4억여원 삭감을 주도했다. 김 원장은 “혜택 준 적 없다”고 했지만, KIEP 유럽사무소 예산은 ‘부대 의견’이라는 편법으로 이듬해 예산에 반영됐다.

이는 국회 윤리규정 위반이다. 국회 윤리실천규범 제5조는 ‘법률이나 의안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떳떳한 의정활동이라면 국회 예산으로 가야 하는데 정책비서 여비까지 지원받아 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이라는 중국 古詩(고시)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