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의 집 귀한 자식
특별기고/ 남의 집 귀한 자식
  • 시정일보
  • 승인 2018.04.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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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

[시정일보]대다수의 도서관에는 특정 이슈나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선정ㆍ전시하여 이용자에게 쉽게 책 읽는 기회를 제공하는 ‘북 큐레이션’이 있다. 마포중앙도서관 역시 적지 않은 수의 큐레이션 전용 서가를 구비해 다양한 책들을 이용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 3층 열람실 통로 쪽 서가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제목의 큐레이션 코너가 개설됐다. 콜센터 직원이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감정 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듯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막말과 도를 넘는 서비스 강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고, 모든 연령대의 이용자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ㆍ사회적 지위, 연령, 인종, 장애 등 일반적으로 편견이 배태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서비스 원칙은 합리적 이성을 지닌 시민의 양성을 도움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기본 이념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옆 자리에 짐을 잔뜩 올려놔 타인의 이용을 애써 무시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심지어 책상 위에 침을 뱉기까지 한다. ‘상식’이라 생각한 것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것은 도서관 사서나 직원과의 관계를 금전적 대가를 매개로 서비스를 사고파는 소비자와 종사자와의 관계로 단순 치환시켜 버리는 일부 이용자의 태도다.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 리모컨을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전화로 본인이 보고 싶은 책을 뽑아놓아 달라고 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주문을 한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고 거절당하면 응당 불을 뿜는 항의가 돌아온다. 이들의 단골 멘트는 ‘내가 낸 세금’이다. 그러나 ‘납세’는 ‘구매’를 대가로 하는 ‘지불’ 행위가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다. 도서관 직원들 역시 꼬박꼬박 월급에서 세금을 떼는 유리지갑의 소유자들이다. 또한 백화점, 음식점처럼 서비스를 사고파는 영리 매장에서도 해서는 안 될 무례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아가씨’, ‘아저씨’, ‘어이’, ‘야…’ 만약에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 사장이라면 그냥 조용히 나가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공공서비스’는 그냥 ‘서비스’가 되었다. ‘공공’의 가치를 함께 가꾸고 키워나가야 할 ‘시민’은 실종되고, 공공기관은 ‘고객’이 점령한 ‘저렴한 서비스 구매 창구’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공공기관과 공공서비스의 존재 이유는 시장을 통해 구매할 수 없고 시장의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공동체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다. 교육, 보건, 복지, 의료 등 인간의 존엄성 유지에 필요한 서비스가 공공의 영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는 공동체 모두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그 자산이 훼손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의 몫으로 남게 된다.

물론 위와 같은 이용자보다 도서관에서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더 많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자료 배가, 프로그램 운영, 동아리 지원, 텃밭 가꾸기 같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이용자도 많고, 청소년위원회나 각종 간담회를 통해 도서관 운영에 대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을 건네주는 이들도 많다.

공공도서관은 절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기관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과 운영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개선해 나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권리’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 주는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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