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월 개헌 무산 유감
기자수첩/ 6월 개헌 무산 유감
  • 이승열
  • 승인 2018.05.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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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시정일보]6월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됐다. 대통령까지 개헌안을 발의하며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했지만, 국회는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당초 6·1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려고 했던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직접적 원인은, 현재 위헌 상태인 국민투표법 개정을 국회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6월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4월23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시한을 정한 바 있다.

현재 국민투표법은 지난 2014년 7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위헌 상태에 있다. 당시 헌재는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는 사람만 투표하도록 한정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다”며 “국회가 2015년 12월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2016년 1월1일부터 국민투표법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는 당장 국민투표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 개정을 계속 미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6월 개헌이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위헌인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발의한 개헌안의 철회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회는 5월24일까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가부 표결을 해야 한다.

이번 6월 개헌이 무산된 것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자한당은 “개헌안이 합의되면 부수법안 성격인 국민투표법을 처리하면 된다”는 이유로 국민투표법 개정에 미온적인 자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자한당이 개헌안 논의에 줄곧 소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6월 개헌을 막기 위한 몽니에 불과하다. 자한당은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를 경우 투표율이 높아져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3 지방선거와 헌법개정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해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이 함께 했던 약속이었다. 그리고 개헌은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궁극적으로 실현될 목적지였다. 국민의 기본권 강화, 직접민주주의 확대, 지방분권·자치분권 실현, 선거제도 개혁, 권력구조 개선 등을 위해서는 개헌은 필수불가결하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국회는 6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시한까지 개헌 합의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6월 이후 국민투표 일정을 포함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러한 의무를 무시한다면 또다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