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변해야 산다
대한노인회, 변해야 산다
  • 임춘식
  • 승인 2018.05.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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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지난해 7월 대한노인회 제17대 회장에 선출되었지만 부영이 의도치 않게 유탄을 맞아 구속되었다. 참으로 백척간두(百尺竿頭),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 더할 수 없이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때문에 봄철 나무에 물오르듯이 회장 공백 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어쨌든, 이 회장이 지난 2월 7일 비리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부영그룹은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적용된 혐의만 횡령 및 배임, 탈세, 임대주택법 위반 등 5개나 된다. 그중 가장 관심을 받는 대목은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품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는 노인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1969년 설립, 각종 활동을 해 왔고 최근 고령화 사회를 맞아 위상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전국 6만5,000여 경로당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이 무려 300여만명에 달한다. 그래서 회장은 대한민국 735만 노인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노인 단체의 수장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이 회장은 ‘어른다운 노인으로’ 라는 슬로건 아래 젊은 세대의 수범이 되는 존경받는 노인상 구현에 전력을 다했다. 또한 취임 이후부터 각급 노인회 운영비 부족을 우려하여 16개시도 연합회장과 245개 지희 회장들에게 사재로 월 1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특히 “노인의 복지향상과 권익신장, 그리고 노인자원봉사활동 진흥을 통해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대표 노인단체로 거듭나게 만들고, 특히 산적한 노인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인권익보호운동을 범조직적으로 전개해나가겠다“고 말해 노인들로부터 큰 박수도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인의 가치와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적 리더십을 발휘도 못한 채 하차 위기에 놓여 있다. 항간에는 ‘이중근 회장은 물러나야 옳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대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회장 구속은  ”우리 대한노인회와 무관하다"며 회장 부재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회장의 구속과 재판이 장기화될수록 대한노인회의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걱정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노인회 정관을 보면, 먼저 회장의 사망 등 유고 또는 사임을 할 경우 재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 밖에 임원선출이나 해임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대의원 총회에서 해임안건을 통과시키거나 선거를 통해 선출할 수 있다. 실례로 15대와 16대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낸 이심 전 회장은 2017년 7월 10일 사퇴했다. 그는 2016년 총선 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 형을 받고 스스로 물러났다. 

이 회장은 대한노인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하여 지금까지 사회 공헌 활동에 쓴 투자액만 5,600억원에 이르러 부영그룹은 지난 2014년 국내 500대 기업 중 매출액 대비 기부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기부왕'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탈세범'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원의 판결이 더욱 주목된다. 탈세범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몰렸지만 기부왕이라는 별칭도 지니고 있어 상반된 이미지가 많다.

최근 대한노인회에서는 이 회장에 대하여 특별한 배려와 선처를 바란다는 서명을 받고 있다. "국내외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기업인으로서 대한노인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많은 기여를 한 점을 고려하시고, 300만 노인 회원의 권익 신장과 복지증진은 물론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 전달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노인회 회장이 부재할 경우 전국 735만 어르신들의 동요가 우려되고, 대한노인회의 안정적 발전과 주요 사업들의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특별한 배려와 선처를 앙망한다"는 탄원서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어른다운 노인’ ‘존경받는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이 회장은 두 얼굴을 가졌다. 부도덕한 기업경영과 자선사업가의 얼굴이 그것이다. 어쨌든 ‘기부왕’으로 불릴 만큼 국내외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 왔음은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한노인회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대한노인회 회장을 ‘경로당 권력’ ‘노인 대통령’이라 일컫는다. 돌이켜 보면 이 회장은 회장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대한노인회회장 자리를 방패막이 삼으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사실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로 시작하는 대한노인회 노인 강령의 첫 번째 실천요강은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이 되도록 노력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이 강령이 휴지조각이 아닌지 되돌아보시라. 대한노인회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경받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다운 노인’ ‘존경받는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