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본무 회장님의 떠나는 모습을 보라
사설/ 구본무 회장님의 떠나는 모습을 보라
  • 시정일보
  • 승인 2018.05.24 13:43
  • 댓글 0

[시정일보]“번거로운 격식을 차리지 마라” 재계의 거목 구본무 회장이 마지막 남긴 말이다. 10년 전으로 기억을 한다. 연암대학의 초청으로 교수들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교를 돌아보는데 붉은 벽돌의 나지막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구본무 회장이 주말이면 온실을 손수 돌보며 학생들과 어울리며 머문다고 했다. 견학을 하는 교수들은 LG그룹 회장의 소박한 삶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구내식당에서는 점심 밥상에 다양한 상치가 나왔다. 구회장이 손수 가꾼 채소라 했다.

일 타계한 구 회장은 조화도 받지 말고 장례식을 담백하게 치르라고 했다. “나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3일장을 했다.

구회장은 경제계의 큰 별이자 정도경영의 대명사로 부른다. 1975년에 30세의 나이에 LG화학 과장으로 입사해 영업, 수출, 기획 등 20여 년간의 실무를 쌓은 뒤 1995년에 50세에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특유의 끈기와 결단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LG’를 우뚝 세우고 영속기업 LG의 기반을 탄탄히 마련했다. 임직원수도 10만명에서 21만명으로 늘어났다.

구 회장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자동차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5세대 이동통신, 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한발 앞선 미래준비와 신사업 육성에 착수했다. 고객에게는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실천 경영을 했다.

구 회장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LG상록재단을 설립했다. 문화, 교육, 복지 분야의 LG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수많은 사회공헌을 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재벌 점검’의 시대를 맞았다. 한진그룹 회사원들이 주말이면 기업주의 갑질 태도에 촛불을 들었다. 고급 가구와 그림을 해외에서 밀반출했다는 보도는 실망을 안겨준다. 롯데그룹의 총수는 감옥에 있다. 삼성은 무노조를 주장하다가 지탄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배구조개편안으로 법의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는 범법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할 국회가 범법자를 위해 체포결의안에 방탄 찬성표를 던졌다.

재계와 정치인은 구본무 회장을 모습을 보기 바란다. 화려한 빈소가 아니라 조문과 조화가 없는 청렴의 표상을 보기 바란다. 묘소는 평소 그가 살아온 태도처럼 자연에 순응하는 수목장을 치르 도록 했다. 온라인에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특히 고인의 조용한 장례식을 당부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정도경영을 실천한 큰 별이 갔다고 애석해 하고 있다.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과 차분한 죽음을 맞이하는 구 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 사회의 큰 귀감이 된다. C시인은 구회장의 죽음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성직자의 죽음을 보는 것 같다”며 자신의 마지막 길도 수목장과 검소한 장례식을 자식에게 알렸다고 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갑질에 불편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앙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분이라며 애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