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
기자수첩/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
  • 유주영
  • 승인 2018.05.31 12:01
  • 댓글 0

유주영 기자

[시정일보]서초구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서초구청 임모 과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임모 과장에 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모양새다.

임 과장과 함께 일한 경험을 털어 놓는 직원, 임 과장이 평소 욕심이 큰 성품이었다는 얘기를 하는 직원, 다른 직원들은 파견을 싫어하는데 임 과장은 검찰 파견을 자처했다는 얘기, 임 과장이 개명을 했다는 얘기 등 임 모 과장에 얽힌 비화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가뜩이나 6.13지방선거로 청장이 자리를 비우며 간부들의 마음도 뒤숭숭한 터에 임모 과장 구속은 해묵은 상처에 칼을 들이대는 격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은 그 진위를 떠나 정권에 의해 고의적으로 이용된 사건이라는 세간의 평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불씨를 제공한 사람이 서초구청 임모 과장이다. 2013년 서초구청 감사담당관이던 임모 과장은 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 김모씨를 시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확인토록 한 뒤 국정원 직원 송모씨에게 전화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임모 과장은 감사담당관실 총책임자로 근무했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관 송모씨를 상대로 첩보 수집 경위 등 당시 상황을 조사하던 중 임 전 과장이 송씨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3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임 전 과장의 경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송씨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10월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임씨는 당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터진 뒤 혼외자의 신상정보를 조회하는 데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받아 적법하게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공무원으로서 주민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열람하고 이를 외부에 제공한 혐의는 엄중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정권의 개입이 있었다고 세간에 알려졌을 때는 무슨 변명이 더 있을까. 임모 과장의 일탈은 나의 개인정보도 국가에 의해 언제 어떻게 사찰당하고 외부에 내돌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여기에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국민들이 불신과 외면의 눈길을 보내면서 공복(公僕)으로서 자부심에 상처를 안기는 계기가 됐다. 대다수의 공무원은 자기의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봉사하고 있다. 부디 임모 과장 사건이 새로운 민선 7기를 맞는 서초구청 직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