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만든 ‘동네 장학금’ 벌써 1억
주민들이 만든 ‘동네 장학금’ 벌써 1억
  • 이승열
  • 승인 2018.06.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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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보물단지’
금호1가동 이병운 동장(가운데)과 이찬교 마을사업계획단장(왼쪽 두 번째), 자원봉사자들이 보물단지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승열 기자)
금호1가동 이병운 동장(가운데)과 이찬교 마을사업계획단장(왼쪽 두 번째), 자원봉사자들이 보물단지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마을버스 성동05번을 내려 행당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니 건너편에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가 보인다. 건물 앞으로 가니 다른 동 주민센터와 다르게, 작은 가게 두 곳이 손님을 먼저 맞는다. 간판을 보니 ‘보물단지’와 ‘책단지·꿀단지’다.

‘보물단지’와 ‘책단지·꿀단지’는 금호1가동(동장 이병운)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주 특별한 매장이다. 보물단지는 의류와 잡화류, 책 등을 주민과 주변 업체로부터 기증 받아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금호1가동 보물단지 장학회’에 지원해 틈새계층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는 가게다. 책단지·꿀단지는 4000여권의 책을 소장한 ‘작은 도서관’이 있는 북카페다. 커피 등 마실거리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다.

보물단지는 ‘우리집 애물단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나눔 공간이다. 지난 2011년 5월 구비 1000만원, 주민자치위원회 기증액 200만원 등 총 1200만원을 들여 개관했다. 장소는 원래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이 있던 공간이다. ‘우리 마을의 인재를 스스로 키워내자’는 주민들의 뜻이 모여 재활용품 상설가게를 만들기로 했고, 인테리어, 도배 등 공사도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여 완료했다.

이어 보물단지 운영을 위해 주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금호1가동 마을사업계획단을 모집했고, 동네 장학사업을 운영할 ‘보물단지 장학회’도 설립했다. ‘보물단지 장학금’은 지난해 총 출연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 보물단지 운영수입 7800만원과 장학회 회원들이 모은 후원금 30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지금껏 86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보물단지의 탄생부터 함께한 이찬교(66세) 마을사업계획단 단장은 7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열고 닫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1968년부터 50년째 금호1가동에서 살고 있다는 이 단장은 “옛날에는 이곳이 유명한 달동네였다. 하지만 그때는 다들 어려웠어도 이웃 간의 정이 두터웠다.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로 재개발이 돼 살기는 좋아졌지만 정이 없이 메마른 동네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 단장은 보물단지에 대해 묻자 “이웃들이 소통하며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반색하며 자랑했다.

보물단지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 월평균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의류, 신발, 도서, 유아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1000~3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판다. 비싼 겨울옷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아이들의 교복을 싸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도 인기가 높다는 귀띔이다.

물품은 지역주민들이나 인근 업체·공장으로부터 기증받는다. 물건이 있을 때마다 이찬교 단장이 직접 가서 싣고 온다. 매장 운영은 마을사업계획단 소속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두세명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현재 금호1가동은 장소를 제공할 뿐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병운 동장은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7년 전 주민이 스스로 운영하는 가게를 세워 이렇게 자리를 잡은 데는 순수한 열정으로 나서준 주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워했다. 이 동장은 “마을 환경과 시대가 변했지만, 공동체적 정신을 추구하는 보물단지의 의미를 되살려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지역인재를 키워내는 마을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