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과 생활고에 삶도 포기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과 생활고에 삶도 포기
  • 유주영
  • 승인 2018.06.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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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독거남에 살아갈 희망 찾아준 ‘서초형복지시스템’

[시정일보]

“일거리 없어 굶고 있다” 전화사연
만성질환·생활고에 자살까지 결심
‘서초형 복지시스템’ 신속 가동
병원 치료, 복지관서 일자리도 얻어

생활고에 목숨울 끊으려 했던 진모씨를 도운 ‘서초형 복지시스템’의 권역별 민관협의체가 호흡을 맞춰 협업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모습.
생활고에 목숨울 끊으려 했던 진모씨를 도운 ‘서초형 복지시스템’의 권역별 민관협의체가 호흡을 맞춰 협업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모습.

 

“이제 사는데 자신이 생겼어요.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만성 질환과 생활고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중년 독거자인 진모씨(60세, 가명)는 “감사하게도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 9월 구청 일자리과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진씨의 전화였다.

“일할 거리를 찾고 있다. 며칠을 굶었다.”

구청 일자리 담당은 잠원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에게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있다 알렸고 곧바로 사회복지 담당은 진씨가 살던 고시원을 찾았다. 진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다 낙상사고를 당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다 틀니마저 부러져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였다. 배우자와 헤어진지 10년이 넘었지만 이혼 등의 절차도 포기한 채 외로움에 내몰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동주민센터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알지 못했던 진씨를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부터 잠원동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전입신고를 도왔고 긴급주거복지 및 국민기초수급 신청 등의 절차를 서둘렀다.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인근 복지관에서 죽고싶다는 진씨의 전화를 받았다.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복지관 직원은 그가 사는 고시원으로 달려갔고 진씨는 119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졌다.

이후 구는 진씨의 건강, 주거, 경제 등 종합적인 지원을 위해 민간복지시설들과 머리를 맞댔다.  ‘서초형 복지시스템’이 신속히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구는 실직, 질병, 사고 등 갑작스런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제도권 밖 틈새 계층을 지원하는 ‘서초형 SOS 긴급복지’를 통해 진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진씨의 영양상태 개선과 틀니 치료, 주거 지원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했다. 진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제도권 안에서 지원이 이뤄질 때까지의 공백을 ‘서초형 SOS 긴급지원’이 메운 셈이다.

이어, 서초구 마음건강증진센터는 진씨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나섰다. 병원 동행을 함께 하며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했다.  지난해 추석 긴 연휴기간동안 통합사례회의를 열어 반포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사와 구청 희망복지팀 사례관리사, 보건소 마음건강팀 담당, 잠원동주민센터 복지팀장과 복지담당이 당직을 맡아 돌아가면서 민원인에게 전화 및 방문을 하여 정서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반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매주 1회씩 밑반찬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막막했던 진씨는 복지관의 단기 일자리사업에 꾸준히 참여하며 새로운 희망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고 있다.

진씨의 새로운 출발을 도운 주체는 바로 ‘서초형 복지시스템’. ‘서초형 복지시스템’은 서초구 복지정책과, 사회복지과, 건강관리과 등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6개 부서와 18개 동주민센터, 그리고 그리고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시설, 정신건강시설, 청소년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지역자활시설, 여성복지시설 등 지역내 19개 민간복지시설이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복지기관별 중복된 서비스를 일원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구는 동별 복지대상자 수를 기준으로 △서초반포권, △방배권, △양재1권, △양재2내곡권 등 4개 권역별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진씨의 경우 고시원, 1인 가구 등 독거어르신이 많은 서초·반포권역 민관협의체의 도움을 받았다. 유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