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조형물, 또 다른 공해
기자수첩/ 공공조형물, 또 다른 공해
  • 김소연
  • 승인 2018.06.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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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서울의 한 지자체의 유명 거리에는 중간 중간에 여러 조형물들이 있다. 조형물 중심으로 버스킹 공연 등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시간에 가면 이 주변이 쓰레기 집합소로 변해 있다. 주변 상가에서 내놓은 일반쓰레기 봉투들이 가득하고 행인들이 버린 일회용 컵, 전단지 등이 쌓여있다. 조형물 또한 언제 청소를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다.

조형물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은 서울 뿐만이 아니다. 2005년 설치된 충북 괴산의 솥단지는 5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철거 비용 등으로 지금은 ‘밥 해먹을 수 없는 세계 최대 솥단지’라는 오명을 들어가며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

조형물 사후 관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적절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는 주택가에 총길이 20미터, 높이 6미터의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라는 이름의 잠자는 원시인 상반신 조형물이 있다. 선사유적공원을 알리기 위해 2억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주민들은 주변 환경과 조화가 안 되고 너무 크다며 철거 요구 청원까지 넣은 상황이다.

지방자치가 자리 잡아 가면서 도시 브랜드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지자체마다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조형물 설치 등 예술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덕분에 어딜 가나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나 설치 후 관리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조형물을 건립하고자 할 때에는 조례나 규칙 등 관계 규정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도록 권고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조형물이 부실하게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건립 및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공공미술품은 꾸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흉물이 되기 쉽다. 이에 호주에서는 공공미술품에 대해 ‘30년 일몰제’를 시행하고 있다. 건물과 같이 작품도 30년이 지나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작품의 존속, 이동과 폐기 여부에 대해 그 시점에 검토하는 것이다.

공공 시설물 확충과 조형물 설치 등으로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사후 관리도 꼼꼼하게 해야 할 것이다.

예술 작품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흉물’로 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조형물은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되고 불특정 다수가 감상하는 만큼 조형물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심의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의 의견으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